메모리 바로미터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 반도체 겨울론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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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매출 77억5,000만 달러, 시장 전망치 상회
산제이 메로타 CEO “인공지능이 메모리 판매 이끌어”
모건스탠리 '메모리 겨울설' 불식? "완전 빗나간 분석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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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주가 추이/출처=구글파이낸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롤로지가 예상을 상회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13%가량 급등했다. 최근 업계를 덮친 ‘겨울론’이 무색하게, 메모리 풍향계는 겨울의 반대편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마이크론, 4분기 매출 전년比 93% 급증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4년 회계연도 4분기(~8월 29일) 매출이 77억5,000만 달러(약 10조3,400억원)로 전년 대비 93%, 직전 분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17억4,500만 달러(약 2조3,300억원)로 전년 동기의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고, 직전 분기보다 85% 늘었다. 주당 순이익 역시 1.18달러로 가이던스 범위를 넘어섰다.

마이크론은 향후 가이던스도 낙관적으로 내놨다. 상승 모멘텀이 이번 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며, 매출과 조정 수익이 모두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다음 분기 매출 예상치는 증시 전문가들이 내다본 83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서는 85~89억 달러다. 산제이 메로타 마이크론 CEO(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마이크론 역사상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채 2025 회계연도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에 마이크론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주가는 장중 1.88% 오른 95.77달러에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선 14% 넘게 상승하며 109달러 선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범용 D램 제품, 재고 소진 둔화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은 최근 미국 투자회사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메모리 겨울론(Winter looms)’과는 배치된다. 다만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일각에선 나온다.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시장을 어둡게 보는 첫 번째 이유는 D램 가격 하락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PC) 판매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인공지능(AI) 수요도 불투명한 만큼, D램 가격이 내년 초부터 떨어지며 불황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가 이전만큼 회복하지 못하면서 PC와 스마트폰의 재고 소진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소비자들이 AI 기반의 고성능 신제품을 기다리는 등 제품 구매가 지연되면서 당초 하반기 반등을 예고했던 D램 가격도 요지부동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이후 D램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하다 5월부터 3개월간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에 하반기에 메모리가 반등할 것으로 점쳤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전망을 수정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D램 재고를 지난해 3분기부터 늘려왔지만, 전자제품 수요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메모리 현물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수요 부진이 지속된다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고정거래가격은 현물가격을 4~6개월 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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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의 HBM3E/사진=마이크론

메모리도 양극화, ‘HBM’ 날고 D램은 하락

범용 D램 제품의 가격 하락은 메모리 업체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AI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은 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업체의 경우 범용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HBM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0% 증가했지만, 연간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그친다. 아직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본격화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HBM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다운사이클을 전망한 두 번째 근거인 HBM 공급 과잉도 이 같은 양극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건스탠리가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감소다. 반도체 기업들이 AI 서버 구축에 필요한 HBM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된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공급이 내년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BNP파리바도 모건스탠리와 동일한 분석을 내놨다. BNP파리바는 HBM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HBM 생산능력이 현재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31만5,000장으로, 내년에는 40만 장이 될 것이고 이는 내년 고객사 수요 예측치인 16만8,000장보다 두 배를 웃돈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생산 경쟁이 공급량을 크게 늘려 수요량을 앞서가, HBM 시장에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분석대로 HBM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크게 높으면 시장의 원리대로 가격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