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그룹 핵심계열사 티맥스A&C, 자본잠식에 ‘비상경영’ 선언
티맥스에이엔씨, 비상경영체제 돌입
법인카드·복지포인트 '싹둑', 월급도 지연
지난해 자본 총계 -1,654억원, 완전 자본잠식
티맥스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티맥스에이앤씨(A&C)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최근 슈퍼앱 ‘가이아(GAIA)’를 선보이며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에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풀이된다.
티맥스A&C, 임직원 급여 지급 지연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맥스에이앤씨는 최근 그룹사 전 직원에게 9월 급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과 함께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공지했다. 먼저 근무환경과 시간을 바꿔 조직 기강 확립에 나선다. 사무 공간을 재배치하고 기존 유연근무제는 9시부터 6시까지 집중 근무제로 변경한다.
비용 절감 과정에서 직원 복지혜택도 줄었다. 다음 달 1일부터 법인카드 한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복지포인트, 사우회 경조금, 피트니스 시설 지원금을 중단한다. 아울러 연구원 사택 운영을 폐지하고 리프레시 휴가 사용도 잠정 중단한다. 티맥스에이앤씨는 공지에서 “모든 경영진과 담당자가 적기 자금 조달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불의의 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기적인 자금경색 해소를 넘어 이른 시일 내에 지속성장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출 부진 및 고비용 구조 지속 영향
티맥스에이앤씨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매출 부진과 고비용 구조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티맥스에이앤씨의 최근 5년간(2019~2023년) 실적을 보면 매출은 △2019년(별도) 12억원 △2020년(연결) 40억원 △2021년 31억원 △2022년 43억원 △2023년 38억원으로 사실상 수익을 내지 못했다. 반면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별도) 281억원 △2020년(연결) 411억원 △2021년 241억원 △2022년 438억원 △2023년 535억원으로 수백억원의 적자가 지속됐다.
티맥스에이앤씨는 티맥스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가이아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었던 만큼, 인건비와 연구개발(R&D)비에 매년 수백억원을 사용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 급여로만 각각 119억원, 168억원을 지출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급여로 74억원을 썼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개발자들의 몸값이 뛰어 급여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경상R&D비도 2019~2023년 5년간 총 981억원을 사용했다. 매년 매출보다 급여와 R&D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한 셈이다.
재인수 자금 갚으려면 ‘가이아’ 성공시켜야
사실 티맥스에이앤씨의 자금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말 티맥스에이앤씨의 총자본은 -360억원으로 5년 전에도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후에도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손금이 665억원에서 1,862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총자본 -1,654억원을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티맥스데이터로부터 707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이는 티맥스에이앤씨 산하 계열사의 낮은 수익성 영향이 크다. 여기에 2022년 매각한 티맥스소프트의 재인수를 위해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와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1조1,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티맥스그룹은 티맥스소프트의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다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티맥스소프트를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바 있다.
다만 티맥스에이앤씨는 올해 6월 출시한 가이아 효과가 향후 반영되면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아는 기업 시스템과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AI)을 한 번에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슈퍼앱데이2024’ 행사에서 가이아를 발표하며 “가이아를 쓴다면 자바·자바스크립트·SQL을 몰라도 앱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며 “기획과 소스코드를 단순히 일치시키는 데서 벗어나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맥스그룹에 따르면 이미 기업 몇 곳과 수주 계약을 맺었으며 향후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연내 100개 이상의 기업과 레퍼런스를 쌓겠다는 목표다. 이에 맞춰 계열사 통합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티맥스에이앤씨는 영업력 강화 차원에서 티맥스가이아(존속)와 티맥스에스앤피를 합병했다.
업계에서도 티맥스소프트가 가이아 개발에 탄력을 부여해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와의 협력 조건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수된 티맥스소프트는 연간 영업이익률 40%대로 캐시카우 역할 뿐만 아니라 고급 개발 인력 또한 지원할 수 있다. 계획대로 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선 그룹을 이끌어갈 모멘트도 생긴다. 다만 다른 계열사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여전히 티맥스에이앤씨는 방황할 가능성이 높다. 티맥스에이앤씨 산하에 있는 티맥스클라우드는 글로벌 빅테크들과에 경쟁에서 고점을 차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티맥스의 윈도우 운영체제(OS)인 티맥스OS는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술 문제와 완성도 부족으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