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 SK온·SK텔레콤 등 조직 슬림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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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11분기 연속 적자에 사상 첫 희망퇴직 실시
SKT도 퇴직 위로금 상향하고 AI 개발자 비중 늘려
SK키파운드리·11번가 등은 이미 인력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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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에 나선 SK그룹이 계열사별로 사업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SK키파운드리, SK넥실리스, 11번가 등 일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경우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한 가운데,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에 시달리는 SK온도 사상 첫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도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위해 시니어 직원들에 조기 퇴직 프로그램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계열사 별로 임원 연봉 동결, 자체 운영비 감축 등 비용 절감과 경영 쇄신을 위한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SK온,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상반기 8천억원 적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26일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자기 계발 무급휴직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로 신청자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와 함께 최대 2년간의 ‘자기 계발 무급휴직’도 실시한다. 학위 과정에 진학하는 신청자에게는 2년간 학비의 50%를 지원하고 직무와 관련 있는 학위를 취득한 후 복직할 경우에는 나머지 50%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SK온의 이번 조치는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기차 캐즘이 끝나고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배터리 업계의 기대와 달리 예상보다 수요 정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최근 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지난 2분기 4,601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반기에만 8,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헝가리 신규 공장의 초기 비용이 증가로 고정비가 늘면서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현금 창출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3년간 SK온에 투입된 투자비는 20조원으로 올해도 7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가 계획돼 있지만 투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상반기에만 금융비용으로 4,000억원 이상을 부담했다. 지난해 연간 금융비용이 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재무 부담을 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에 SK온은 임원의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흑자 전환 달성 시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SKT, 조기 퇴직 신청 늘리고 AI 개발 인력 채용 확대

핵심 계열사 SK텔레콤도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2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최근 노사는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위로금의 상한액을 종전 1인당 5,000만원에서 6배 올려 1인당 3억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2019년 도입된 ‘넥스트 커리어’는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이 2년간 유급휴직을 통해 창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도록 지원하고 이후 본인 의사에 따라 복직 또는 퇴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근속연수 25년 이상, 만 50∼56세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퇴직 희망자를 늘리고 AI 분야 신규 인력의 비중을 높이는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도 넥스트 커리어를 통해 조기퇴직을 유도해 왔지만, 예상보다 참여자가 많지 않자 희망자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위로금 인상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탈통신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은 9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통신 산업이 전반적으로 정체되면서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정규직의 약 50%를 AI 개발자로 채웠다.

SK텔레콤의 고임금 구조도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신입사원 초봉은 6,000만원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000만원 수준으로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업계 최고 대우의 급여에 더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주 4일 근무제도 운용하고 있다. 2019년 국내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휴무일인 ‘해피 프라이데이’로 지정한 데 이어 2022년부터는 휴무일을 월 2회로 늘렸다. 일반적으로 연차 15일을 가진 직원이라면 유급으로 ‘연 39일’을 쉴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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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한 계열사 희망퇴직 등 고강도 쇄신 나서

일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경우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한 곳도 있다. SKC의 손자회사로 이차전지용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는 지난 5월, 5년 이상 근속한 전 직원이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2020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첫 희망퇴직으로, 재직기간에 따라 위로금을 차등 지급한다. 이에 따라 25년 이상 재직자는 최대 24개월 치 통상 임금을 받는다. 이와 함께 공통 사항으로 희망자에 한해 200만원 상당의 전직 지원 컨설팅 3개월 지원과 자녀의 대학 학자금 1년 치를 지급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8인치 파운드리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SK키파운드리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자연 감원을 통해 효율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도록 퇴직 후 국내 파운드리 회사 DB하이텍으로의 이직을 허용하기로 했다.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1번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 내부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한 효율화 작업 등을 진행했다. 이외 하반기에는 SK에코플랜트 등 다수의 계열사가 구조 개편을 통한 추가 슬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차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임원 승진을 크게 줄이는 등 조직을 슬림화하는 고강도 쇄신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만큼 맥킨지·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가 나오면 독립적으로 감원 등 인력 효율화에 나서는 계열사가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BCG는 당초 8월 전에 SK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전략 컨설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