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G 기술 개발에 속도 내는 中 기업들, 국내 통신장비 업계 수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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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G 집중하는 中 주요 통신·기술 기업, 韓 통신장비 기업 활로 찾나
중국 통신 장비 퇴출하는 서방국, 中 내수 시장으로 수요 한정될 가능성 커
국내 기업들의 차세대 통신 장비 개발 속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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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5.5G(5.5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통신 장비 기업들에 돌아올 수혜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통신업계 불황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국내 통신 장비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방국의 중국산 통신 장비 제재, 차세대 통신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미온적 태도 등이 중국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5.5G’에 초점 맞추는 화웨이·차이나모바일

4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7월 상하이에 14억 달러(약 1조9,342억원)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완공했다. 해당 시설에선 3만여 명의 인력이 반도체, 무선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화웨이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5.5G 기술에 개발 인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지난 6월 올해 안에 5.5G와 관련된 모든 통신 장비 출시를 마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3월 항저우에서 세계 최초로 5.5G 네트워크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 안에 중국 전역 300개 이상의 도시에서 5.5G 망을 확보할 예정이다.

5.5G는 5G와 6G(6세대 이동통신)의 중간 단계의 통신 네트워크로, 이론상 최대 속도 10Gbps, 지연시간 1ms를 구현할 수 있다. 5G의 속도가 1.2Gbps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배 빠른 수준이다. 중국은 6G 전환 이전에 5.5G 네트워크를 통해 자국 내 통신 인프라를 강화하고, 글로벌 통신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의 5.5G 확산이 KMW, 알엔투테크놀로지, 오이솔루션 등 국내 통신 장비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황 악화로 인해 성장세가 꺾인 통신 장비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MW는 기지국에 장착되는 무선주파수(RF)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ZTE, 삼성전자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ZTE 등에 스몰셀(소형기지국), RF 부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오이솔루션은 노키아, 화웨이, 시스코 등에 광 트랜시버 제품을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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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서방국, 中 통신 장비 기피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5.5G 통신이 상용화되더라도 국내 기업에 돌아오는 수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서방국이 중국산 통신 장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제조한 통신 장비는 서방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산 5.5G 장비는 사실상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같은 상황에) 국내 통신 장비 기업들이 얼마나 큰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미국·유럽 등 서방국은 국가 안보 강화 등의 이유로 중국산 통신 장비를 시장에서 속속 퇴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업체의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규정을 발표했다. 화웨이와 ZTE 등 일부 중국 기업이 제조한 모든 통신·화상 감시 장비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해당 규정의 골자다. 당시 FCC는 “국가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이 되는 장비로부터 미국 통신망과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 장비 허가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독일 정부와 이동통신 3사(도이치텔레콤, 보다폰, 텔레포니카)는 지난 7월 2026년까지 핵심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와 ZTE 장비를 제거하고, 2029년 말까지 접속 네트워크에서 중국산 부품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장비 의존도를 낮춰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중국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축소

시장에서는 차세대 통신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미온적인 태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5G 이상의 차세대 통신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추후 중국 통신 장비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술 기업은 통신 장비 부문 투자를 줄여 나가고 있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통신 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의 인력 700여 명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 배치한다고 밝혔다. 타 사업부로 이동하는 인력 중에는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파견한 연구·개발 직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사업 인력을 재배치한 배경에는 5G 통신 시장의 포화로 인한 통신 장비 수요 급감이 있다. 지난해 기준 주요국의 5G 보급률은 △한국·미국 98% △일본 94% △중국 89% △유럽 80% 등에 육박한다. 글로벌 5G 통신 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실적도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3조7,800억원에 그쳤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후 6G 통신 장비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뺄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본다. 지난 6월 이뤄진 네트워크사업부 인력 전환 배치는 6G 보편화 이전의 과도기를 견디기 위한 일시적인 ‘유지·보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6G 통신 기술 개발 현장을 찾는 등 6G 기술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