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티메프 미정산 사태, 경영진 진작 알았다”, 허위 보고로 시간끌기 시도
검찰 "티메프 경영진도 위기 징후 인식", 구속영장 적시
수차례 지급 불능에도 허위 해명하며 은폐 시도도
무리한 ‘역마진’ 마케팅 남발 후 잠적, 상생 없고 탐욕만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구영배 큐텐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작년 10월 이미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알고 있었던 정황을 이들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정산 사태는 지난 7월 불거졌는데, 경영진들은 이보다 9달가량 앞서 정산 불능 상태를 인지했다는 것이다.
구영배, 작년 10월부터 티메프 정산 불능 인지
7일 법조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1부장)은 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4일 청구하면서 이들 핵심 경연진이 정산 불능 사태를 인지한 정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1조5,950억원 상당의 정산 대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티메프 법인에 6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명목 등으로 티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이 작년 10월 티몬‧위메프가 판매한 상품권의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것을 인식하고, 주변에 “티메프의 생사가 왔다 갔다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확보해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류화현 대표 등 다른 주요 경영진들도 올해 초부터는 판매자들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구 대표도 보고 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주요 경영진을 조사하면서 구 대표가 티몬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9월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 뽑자”는 취지로 경영진들에게 말했다는 사실도 파악해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같은 해 12월 류광진 대표가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이제 상품권도 거의 최대치”라고 말한 사실도 포함했다. 주요 경영진이 1년여 전부터 이미 미정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미정산 금액 축소해 허위 보고
티메프가 금융감독원을 속인 정황도 드러났다. 티메프는 금감원에 2022년 말 기준으로 미정산 금액이 460억원이라고 보고 했으나, 검찰은 당시 실제 미정산 금액이 5,000억여원에 달한다고 봤다. 티메프 측은 신규 투자 유치를 골자로 한 경영개선 계획서도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이 역시 허위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구 대표가 이런 위험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티메프에 이른바 ‘역마진 상품’을 판매하도록 지시해 물류 배송을 담당한 큐익스프레스의 실적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티메프가 경영자문‧재무 업무 대행 등 명목으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에 용역비를 지급하는 등 일감을 몰아줘 티메프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적시했다.
‘상생’은 무시하고 자회사 상장에만 급급
티메프 셀러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2분기부터 회사 측이 무리하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짐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피해 셀러 A씨는 “5월에서 7월 사이에 역마진 쿠폰을 뿌리면서 평균적으로 1년간 벌어들이는 매출이 두 달 만에 나왔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양곡판매업을 하는 B씨도 “피해 셀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공통적으로 5‧6‧7월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며 “이 시기에 위메프와 티몬에서 공격적으로 매출을 유도한 것이 나스닥 상장을 미끼로 한 것이라고 생각됐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저희는 위메프나 티몬에 판매를 하지 않던 셀러인데, 티몬과 위메프가 5‧6‧7월에 공격적으로 마이너스쿠폰을 붙이면서 입점하게 됐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플랫폼 비용이 높아 저희 같은 저마진 업체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지원과 플랫폼의 지원으로 입점했더니 티몬과 위메프가 자사 이익을 포기하고 엄청난 할인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MD에게 쿠폰을 왜 이렇게 많이 뿌리냐고 물었더니,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 매출 볼륨을 올려야 한다고 말해 그 말을 믿었지만 5월 대금이 들어와야 할 7월에 들어오지 않더니 갑자기 이 사태가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식품 유통업을 하는 C씨는 “역마진 상품은 티메프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다수 내놓기 때문에 마케팅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라며 “평상시 매출이면 돈 좀 뜯겨도 견딜 수 있지만 티메프가 공격적인 역마진 쿠폰 발행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매출을 발생시켜 놓고 잠적하니 도산하는 업체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