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소송서 패소한 구글, 美 법원 ‘플레이스토어 개방’ 명령
법원 "외부결제·타사 앱마켓 허용하라"
플레이스토어에서 수수료 30%도 강요 못해
구글 측, 수익성 악화 우려에 가처분 신청
미국 법원이 구글에 애플리케이션(앱) 마켓플레이스 구글플레이를 전면 개방하도록 명령했다. 구글이 지난해 11월 게임 포트나이트를 만드는 에픽게임즈와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빅테크의 앱마켓 독점에 대한 규제가 점점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美 법원, 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철퇴
7일(현지시간) 미 북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구글과 그 모회사, 계열사, 자회사의 법인과 임원, 직원, 대리인, 기타 통지를 받은 모든 이들에게 2024년 11월 1일부터 2027년 11월 1일까지 미 연방 셔먼법(반 독점법) 및 캘리포니아주 불공정 경쟁 방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명한다”는 1심 결과를 내놨다. 적용 대상은 미국 시장만으로 다른 국가에서는 해당 법원이 결정하도록 했다.
이날 명령은 에픽게임즈가 2020년 구글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을 두고 지난해 11월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원고의 손을 들어 준 데 따른 것이다. 반독점 소송은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앱을 통해 자사 결제 시스템을 홍보하자 구글이 에픽을 퇴출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에픽이 구글을 제소하면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소송의 쟁점은 인앱결제 강제와 30%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였다. 구글은 인앱 결제 시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구글 플레이를 통해 다운로드한 게임에서 1,000원 상당의 아이템 구매 시 구글이 300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또한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면서 입점 업체들이 이를 채택하지 않으면 구글플레이에서의 삭제하는 방식으로 조처했다. 에픽은 이 같은 구글의 앱스토어 비즈니스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30% 앱 수수료 강요도 ‘금지’
이번 판결에서 제임스 도나토 판사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을 먼저 또는 독점적으로 출시하도록 수익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앱 결제 시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결제 시스템도 사용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독점 운영해 온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다운로드 방식을 개방해 경쟁에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모기업 알파벳은 구글플레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에픽게임즈가 구글과의 소송 중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플레이를 통해 2020년 한 해에만 146억6,000만 달러(약 19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구글은 최대 30%의 수수료 부과를 통해 2020년에만 6조원을 ‘통행료’로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구글은 앱 개발사에 대해 인앱결제를 기본으로 하되, 구글의 결제 시스템하에서 제3자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은 허용했다. 2021년 9월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영향이다. 그러면서 인앱결제 수수료를 최대 30%로 적용했고, 제3자결제를 사용할 경우 최대 26%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제3자결제 사용 시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4%p의 수수료가 절감되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제3자결제 이용 시 전자결제대행(PG)사 등에 대한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앱 개발사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인앱결제와 큰 차이가 없어서다. 더욱이 앱 내 제3자결제를 위해서는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혹은 외부 결제 시스템과 앱을 연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개발 비용도 적지 않다. 즉 인앱결제를 쓰든 제3자결제를 쓰든 고율의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명령이 실제 적용될 경우 구글 플레이를 통한 앱 설치와 결제가 줄어들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수익 타격도 불가피
구글에 대한 법원 명령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이 구글로 하여금 ‘디바이스에 구글 플레이를 기본 설치하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안드로이드 앱을 배포하는 개발자와 앱 수익을 공유하거나 앱스토어 또는 앱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도 막았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 디바이스에 구글 플레이 등을 기본 탑재하는 명목으로 구글에서 받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알파벳은 2021년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15%가 앱마켓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법원의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에서 확대되는 앱마켓 규제의 일환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앱 생태계는 아이폰 iOS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런 앱마켓 플레이스가 과도한 수수료를 떼어가고 개발사들을 제약한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규제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다만 구글이 이러한 조치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실제 법원의 명령이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구글은 고객의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법원 판결에 대한 일시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한편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은 명백한 사실을 놓쳤다”며 “애플과 안드로이드는 분명히 경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