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파워 육성에 힘주는 카카오, 드라마·게임·굿즈화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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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CA협의체 산하 스토리 지식재산 소위 설치
해외 매출 비중 높이기 위한 '비욘드 코리아' 전략 일환
골프·NFT 사업은 철수, IP 개발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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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 픽코마

카카오가 일본 웹툰 자회사 픽코마의 매출 확대를 위해 이 회사의 지식재산권(IP)을 드라마·게임·굿즈 사업 등으로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본 현지 웹툰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픽코마의 일본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 주요지표가 지속 성장 중인 만큼, 종합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강화하면 돌파구 마련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콘텐츠 IP 관련 조직 신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에 콘텐츠 IP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카카오엔터와 픽코마 등 콘텐츠 자회사 관계자들을 배치했다. 올해 상반기 스토리 사업부문의 실적이 악화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상반기 스토리 사업부문에서 4,43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했다.

이는 카카오엔터의 매출액이 1,983억원으로 3.4% 늘어난 반면, 픽코마가 2,612억원으로 8.9% 줄어든 영향이 컸다. 픽코마의 이 같은 매출 악화는 엔저 현상에서 비롯됐다. 6월 30일 매매 기준 원·엔 환율은 2023년 913.85원에 달했으나 올해는 858.73원으로 55.12원이나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의 올 상반기 해외사업환산손실 역시 5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9%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이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카카오가 스토리 사업부문 챙기기에 나선 배경이 됐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국내보다 3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즉 실적 개선을 위해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네이버웹툰을 견제하기 위해 카카오 역시 변화를 꾀하게 됐다는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시장 패권을 두고 현재도 네이버웹툰과 카카오 스토리 사업부문의 경쟁이 치열한 상태”라며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등 고정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 또한 스토리 사업부문의 IP 협력 체계 구축 등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카카오도 업계 전망을 부인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픽코마와 카카오엔터의 IP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픽코마가 기존 1만5,000개가 넘는 오리지널 IP를 비롯해 카카오엔터가 발굴하는 신규 IP의 인지도를 높여 △드라마화 △게임화 △굿즈화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픽코마가 현재 일본 만화 앱 시장에서 50%대의 점유율을 유지 중이며, 올 2분기에는 현지 MAU 1,00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게임 IP 개발에도 ‘총력’

카카오는 웹툰 IP뿐 아니라 게임 IP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2회차 교환사채(EB)를 발행해 2,7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IP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1,000억원, 내년 1,7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앞서 연구개발비도 2022년 1,450억원에서 지난해 1,644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927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634억원) 대비 46.21% 상승했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2.6%에서 올 상반기 19.2%로 확대됐다. 여기에 오는 하반기에만 신작 4종을 포함해 2026년까지 총 16종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인 만큼 연구개발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향후 게임 IP 개발을 위한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반면 비핵심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2분기 역대 최저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의 2분기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65억원보다 무려 89.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117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도 2022년 15.32%에서 지난해 7.27%로 반토막이 났는데 이번 2분기 들어서는 1.2%로 급감했다.

수익성이 감소한 건 본업인 게임과 더불어 골프 사업 실적이 부진한 탓이 크다. 우선 게임 매출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오딘: 발할라라이징’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급감했다. 상반기에 선보인 ‘롬’과 ‘에버소울’도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서 모바일 게임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719억원에서 올해 2분기 1,345억원으로 21.8% 하락했다. 골프 사업 매출의 경우 2022년 1,776억원에서 지난해 1,469억원으로 17.29% 감소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골프장 예약 플랫폼 카카오VX를 통해 영위했던 골프용품, 헬스케어 플랫폼,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 일각에선 카카오VX 매각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사측은 아직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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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 “마블·원피스 같은 글로벌 IP 만들 것”

카카오가 자사 IP를 게임, 웹툰, 드라마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하는 배경에는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팬덤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류스타를 활용할 수 있는 ‘K-팝’은 일본 팬덤 시장을 공략할 수단 중 하나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테인먼트·이담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IST엔터테인먼트 등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카카오 스토리 부문 관계자는 “한국이 장기간 쌓은 아이돌 육성 노하우와 관련 시스템은 일본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기반 게임에 대한 성장 가능성도 IP 사업 확장의 계기로 작용했다. 카카오엔터가 지난달 26일 개막한 도쿄 게임쇼(Tokyo Game Show)에 참가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된다. 게임쇼에 참가한 황재헌 카카오엔터 스토리 IP 사업 치프 매니저는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나혼렙)에 이어 ‘템빨’이란 작품의 게임화 계약이 진행되면서 웹툰 기반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도쿄 게임쇼 참가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웹툰의 게임화는 성공적이었다. 전 세계 143억 뷰를 기록한 나혼렙은 지난 5월 넷마블이 게임으로 제작해 출시 당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1위를 달성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출시 5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 8월 론칭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또한 하루 만에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했다. 웹툰과 웹소설 합산 기준 국내 13억 조회수를 기록한 템빨 IP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신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프로젝트T’는 최근 국내 1위 게임사 넥슨과 국내외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황 매니저는 “그동안 카카오엔터의 IP 확장은 ‘선재업고 튀어’ 등 드라마에 치중됐는데, 일본은 드라마보단 애니메이션이 시장의 정점에 있다”며 “일본 만화 시장은 소년점프에서 연재된 작품이 출판된 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다양한 상품이 엄청나게 팔리는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나혼렙과 템빨이 최초의 그러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넷마블이 나혼렙을 게임화했을 때 웹툰을 몰랐던 게임팬들이 웹툰을 알게 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처럼 IP는 사업이 전개됐을 때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작품의 시즌이 1·2·3으로 확장되고 실사화도 진행되는 등 IP 확장이 수년간 쌓이면 일본 원피스나 미국 마블 같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IP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