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핵심분야도 내놨다” 경영난 인텔, ‘알테라’ 지분 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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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자회사 '알테라' 170억 달러에 매각 모색
사모펀드·전략적 투자자들에 지분 인수 제안
기존 경쟁력에 안주했던 인텔, 합병 매물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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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Intel)이 자회사 알테라(Altera)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텔은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이번 지분 매각으로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알테라’ 지분 매각 위해 투자자 접촉

17일(현지시각) C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알테라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알테라 매각 가능성 추측에 대해 산드라 리베라(Sandra Rivera) 알테라 CEO(최고경영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당시 리베라 CEO는 “그저 아는 사람을 인용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글”이라며 인텔이 1년 전에 발표한 기업공개(IPO) 계획에 전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인텔은 이번 주 다수의 사모펀드(PEF) 및 전략적 투자자(SI)들에게 알테라 지분 매각을 제안했으며, 일부에게는 알테라의 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인텔은 알테라 사업부 매각가를 170억 달러(약 23조3,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했다. 이는 2015년 인텔이 알테라를 인수한 금액(167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인텔은 알테라를 회사의 핵심 사업부로 평가해 왔다. 팻 겔싱어 CEO도 지난달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집적회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알테라를 기업의 미래 핵심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인텔은 알테라 사업부를 2026년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지분 매각 제안은 그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인텔, 파운드리 적자 ‘눈덩이’, 대규모 구조조정

이번 조치는 인텔이 최근 몇 년간 추진해 온 대규모 투자의 수익성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인텔은 지난 2년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250억 달러(약 34조3,000억원)를 투자했지만, 시장에선 이 투자가 오히려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인텔은 경쟁사들이 AI(인공지능) 붐을 타고 호실적을 내고 있는 반면, AI 가동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데 한계를 보이며 3년 연속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모바일 칩 분야는 암(Arm)에 밀렸고, AI 반도체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CPU 부문도 경쟁사인 AMD가 따라잡았다. 지난달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를 비롯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50년 넘게 내부 조직으로 뒀던 파운드리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것은 그만큼 파운드리 사업 부진이 인텔 실적에 끼치는 악영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인텔은 이와 함께 유럽과 아시아에서 진행하던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일시 중단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 추진 중이던 공장 프로젝트는 2년간 중단되며,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려던 제조 프로젝트도 보류된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이고, 고객이 느끼는 독립성 우려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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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왕’, 인수 대상으로 전락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퀄컴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이나 회사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인텔 인수를 타진해 온 퀄컴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차기 미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와 중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대선이 끝난 후 인텔 입찰에 나설 경우 퀄컴에 다른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이달 말에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전 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이 주가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퀄컴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인텔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경쟁 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퀄컴의 인텔 인수가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180도 뒤바뀐 인텔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 같은 낮은 거래 타결 가능성에도 퀄컴의 인수 제안은 반도체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이은 전략적 실패로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던 인텔이 결국 경쟁업체에 의한 인수 매물로 등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텔의 몰락 과정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술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고 기존 경쟁력에 안주하는 기업이 얼마나 쉽게 쇠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텔은 2010년부터 연구개발(R&D) 인력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2013년에도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여 명을 해고했다. 인텔의 경쟁력이 추락한 것도 이때부터다. 인텔을 떠난 인력들이 경쟁사인 AMD 등으로 이직하면서다. 고객이 가격보다 제품의 성능에 민감한 전문 공급자형(Specialized Supplier)으로 분류되는 반도체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R&D 투자가 선행돼야 함을 간과한 결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7년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투자금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는 보수적 경영과 잘못된 투자 결정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시장 주도권을 경쟁자들에게 내준 노키아, 코닥, 블랙베리, GE 같은 기업과 유사한 경로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미래는 내년 초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내년 초부터 1.8나노(18A) 공정에 들어간다는 인텔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내년에 각각 2나노 공정에 들어가는 삼성전자나 TSMC보다 일찍 1나노대에 진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