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SK스퀘어 자산 다 매각해도 ‘티맵’은 안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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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원매자들 티맵모빌리티에 관심
SK그룹 회장 "티맵은 매각 않겠다" 의사 전달
수익성 좋은 데이터 사업으로 집중하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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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맵모빌리티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매각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복수의 원매자가 경영권 인수 의사를 드러내면서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티맵모빌리티는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기존 주주들이 투자했을 때에 비해 기업가치가 절반 이상 깎인 상태여서 실제 매각이 성사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최태원 회장 “티맵은 팔지 않을 것”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최 회장은 SK스퀘어 자산 중 티맵은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경영진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자산은 정리하더라도 티맵만큼은 팔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SK스퀘어는 티맵 지분 60.09%를 보유한 대주주다.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티맵을 키워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특히 인공지능(AI) 연계 서비스의 성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티맵은 지난달 말 AI 기반 장소 추천 서비스 ‘어디갈까’를 출시한 바 있다.

이번 최 회장의 발언은 최근 업계에 돌고 있는 티맵 매각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계열사 지분 등 보유 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있는데, 티맵을 팔면 최소 수천억원의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원매자가 직간접적으로 인수 의사를 SK그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최 회장 의사와 별개로 티맵 기업가치가 대폭 낮아져 기존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원매자들이 제시한 기업가치는 1조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22년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았을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2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보다 앞서 2021년에는 1조4,000억원을 인정받고 어펄마캐피탈(Affirma Capital)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East Bridge Partners)로부터 4,00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현재 티맵 주주들은 자신들이 투자했을 때보다 낮은 가격에 티맵이 매각되는 걸 반대할 권리를 갖고 있다. 기업가치를 낮춰서 추가 투자를 받으려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늘려줘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런 상황에 1조원에도 못 미치는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거나 경영권을 매각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티맵은 지난해 매출액이 2,870억원으로 2년 전(745억원)과 비교해 285%나 늘었지만, 아직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은 978억원, 당기순손실은 1,600억원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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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맵모빌리티

EBITDA 마진율 20%대 ‘알짜’ 대리운전 사업 정리

최근 티맵이 수익성 높은 사업들의 매각 작업에 돌입한 것도 티맵의 미래 성장성에는 악재로 해석된다. 현재 티맵은 자회사인 법인 전문 운전대행 서비스 기업 굿서비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외부 자문사를 통해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발송한 다음 잠재적 매수자를 접촉해 협의하는 단계로, 매각 금액은 15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굿서비스는 2009년 10월 설립된 이후 2021년 티맵모빌리티가 지분 100%를 인수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순액 기준) 64억원과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4억원을 거뒀다. EBITDA 마진율만 22%에 달하며, 거래액이 더 많은 경쟁사에 비해 영업이익도 3배 이상 높다. 굿서비스는 올해도 20%대 EBITDA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굿서비스는 지난 2021년 하반기 티맵모빌리티의 인수 이후 매해 50%가 넘는 매출액 성장세를 보였다. SK그룹 계열사나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주요 우량 고객을 확보한 덕분이다. 실제로 굿서비스 거래액은 2021년 166억원, 2022년 195억원, 지난해 245억원으로 연평균 22% 늘었다. 지난해까지 약 34%의 SK 계열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상황이어서 추가 영업 여력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시카우’ 공항버스 사업도 매각

티맵은 ‘캐시카우’로 여겨진 공항버스 사업 매각에도 착수했다. 사모펀드(PEF)업계에 따르면 이달 티맵은 공항버스 관계사 서울공항리무진과 공항리무진 지분 전량을 JS프라이빗에쿼티(PE)에 1,6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제시한 가격은 2,000억원이었으나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자금 조달 시장이 녹록지 않은 점 등도 고려해 매각가액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1,600억원에 거래가 성사될 경우 티맵모빌리티는 약 2년 7개월 만에 4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두게 된다. 티맵은 지난 2022년 3월 총 1,181억원을 투자해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100%(650억원)와 공항리무진 지분 40%(531억원)를 사들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항버스가 티맵의 캐시카우인 만큼 주주들은 회사가 이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가길 바랐지만,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공항버스는 티맵 본연의 비즈니스와는 결이 안 맞으니 그냥 매각하라’고 해 결국 팔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공항리무진과 공항리무진은 호실적을 내고 있다. 서울공항리무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10% 증가한 23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억6,0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공항리무진도 매출액이 698% 증가한 617억원을, 영업이익은 4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관계자는 “티맵의 수익성이 좋은 데이터 사업으로 집중하는 전략이며, 공항버스는 코로나 이전에 투자했기 때문에 매각 시 상당한 차익이 예상되는 투자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