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SK도 사실상 ‘주 6일 근무’ 전환, 재계 확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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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삼성 전 계열사, 임원 주 6일 근무로 전환
SK도 '토요 회의' 부활에 이어 '커넥팅 데이' 도입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 선제적 위기 대응 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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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실적으로 비상 경영을 선언한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원의 주 6일 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올해 초 삼성그룹이 전자 관련 계열사의 주 6일 근무를 본격화했고 SK그룹도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토요 회의’를 24년 만에 부활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임원들의 토요일 출근도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SK, 매주 토요일 협업과 소통 위한 ‘커넥팅 데이’ 시행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부터 매주 토요일 임원 대상 ‘커넥팅 데이’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SK이노베이션 임원 50여 명을 비롯해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엔무브 등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 대상으로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회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다만 팀장급의 토요일 출근은 자율 선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미 비상 경영 중인 SK온과 다음 달 1일 SK이노베이션과 합병 예정인 SK E&S는 토요 근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의 ‘주 6일 출근’으로, 최근 그룹 차원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데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SK 측은 “정식 근무가 아니라 사내 소통 강화를 위한 워크숍, 외부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협업과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취지”라며 “토요일 오전 중에만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일반적인 주 6일 근무와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임원의 토요일 출근으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3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조기에 교체하며 조직 재정비에 돌입하기도 했다.

삼성·SK 외에 현대오일뱅크·롯데지주 등 주 6일 근무

삼성그룹도 토요일 출근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임원 주 6일 근무’를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 계열사로 확대했다. 당초 삼성전자 임원들이 평일 외에 토·일요일 중 하루 더 일하는 방식으로 주 6일 근무를 하던 것이 주요 관계사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올해는 반도체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임원 외에 부하 직원들의 동반 출근은 전면 금지했다.

삼성과 SK 외에도 실적이 악화한 기업을 중심으로 임원 주 6일 근무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HD현대오일뱅크·BGF리테일 등이 임원 주 6일제를 공식화했고 삼양그룹도 6월부터 임원만 월 2회 토요일 오전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지주 또한 지난 8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임원들이 주말 회의를 하는 등 사실상 주 6일 출근 중이다. 격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포스코 역시 최근 철강 업황 악화에 따라 6월부터 임원에 한해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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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 6일 근무’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고육지책

재계에서는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실상 주 6일 근무제로 전환한 곳들이 늘어난 상황을 두고 그만큼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 임원들은 기존에도 업무가 있으면 주말에 일해 왔는데, 이를 공식화하면서 일반 직원들도 위기를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록 임원들로 한정되긴 하지만 연공서열 문화가 남아있는 한국 기업 풍토에서 일반 직원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는 성과를 위해 근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주 40시간 일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고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일과 삶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애플·구글·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도 살인적 업무 강도로 유명하다. 이들은 근로 시간에 제한이 없는 대신 오직 성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도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회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데 과거의 방식대로 계속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따거나 새 사업을 개발하려고 밤낮없이 일하는데, 우리는 시간 되면 퇴근해야 하니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주 6일제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한 임원도 “상반기 수립한 리밸런싱 계획을 연내 실행하려면 토요 회의와 7시 출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주 4일제 근무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유연근무 등을 확대해 온 기업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 6일제 근무가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군기 잡기나 보여주기식 해법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빅테크의 인재들이 근무 시간이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는 데 익숙한 만큼 경직된 조직 문화가 인재 영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