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도 손 놓은 슈퍼마이크로, 회계 부정 의혹 사실로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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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트앤영, 슈퍼마이크로 감사 사임
4월 이후 회계 부정 의혹 ‘일파만파’
거래정지·상장폐지 우려에 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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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리앙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창립자 겸 CEO/사진=슈퍼마이크로컴퓨터

엔비디아 협력 업체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아 온 인공지능(AI)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회계 법인이 회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그간 업계에 떠돌던 회계 부정 의혹이 기정사실화하자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전일 대비 30% 넘는 하락세를 그리며 올해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경영진·감사위원회 진술 신빙성 떨어져”

30일(현지 시각) 슈퍼마이크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 자료를 통해 자사의 감사를 담당하던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EY 측 또한 “슈퍼마이크로의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내려놓는다”며 이에 동의했다. EY는 나아가 “최근 입수한 정보로 인해 더는 슈퍼마이크로의 경영진 및 감사위원회의 진술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슈퍼마이크로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EY는 회계연도 2024년부터 슈퍼 마이크로에 대한 감사를 담당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EY 측은 지난 7월 말부터 회사의 내부 통제와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4월 슈퍼마이크로의 전 직원 밥 루앙이 회사와 찰스 리앙 최고경영자(CEO)를 회계 부정 혐의로 고발한 이후의 일이다.

당시 루앙은 슈퍼마이크로가 완료되지 않은 판매를 매출에 포함하는 등 부적절한 방식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완성되지 않은 장비를 구매자 측에 강제로 판매하거나 과거 회계 위반 문제에 연루돼 회사를 떠난 고위 임원을 다시 고용하는 등 다수의 부정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8월에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힌덴버그리서치가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힌덴버그는 3개월에 걸쳐 슈퍼마이크로를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회계 조작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회계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관계 당사자의 미공개 거래 정황과 제재 및 수출 통제 실패, 미 당국의 제재 우회, 소비자 이탈 이슈 등을 열거하며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차례의 회계 부정, 부적절 관행 되풀이?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힌덴버그 보고서 발간 이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던 미 법무부의 슈퍼마이크로 회계 부정 관련 조사가 이번 EY의 사임으로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힌덴버그 보고서가 지적한 회계 조작이 2018년과 2020년에도 이미 발생한 전례가 있다는 점, 당시 해당 문제에 연루돼 자리를 떠났던 고위 임원 대부분이 회사로 복귀했다는 점 등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며 조사에 속도가 붙을 건이란 이유에서다.

슈퍼마이크로의 공동 창립자이자 국제 영업 부문 부사장이었던 월리 리우는 2018년 사임했으나 2021년 컨설턴트로 복직했으며, 현재는 사업 개발부문 이사로 재직 중이다. 영업 부사장을 역임한 살림 페델 역시 2018년 사임했지만, 2020년 다시 회사 부사장으로 재고용 됐다. 이처럼 과거 발생한 회계 부정과 관련한 핵심 인물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슈퍼마이크로가 부적절한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힌덴버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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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주가도 ‘뚝’, 3월 대비 72%↓

시장에서도 EY의 사임이 막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적지 않은 기업이 감사보고서에서 제대로 된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증시 퇴출 위기에 내몰리곤 하는데, 통상 ‘의견 거절’ 수준에 그치는 데 반해 슈퍼마이크로는 새로운 감사인부터 찾아야 할 처지에 놓인 탓이다. 심지어 슈퍼마이크로는 2018년 재무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나스닥에서 일시적 상장폐지를 경험하기도 했다. 8월 이후 줄곧 SEC에 제출해야 하는 연례 보고서 제출을 미뤄 온 슈퍼마이크로는 “EY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EY가 제기한 문제 등을 이유로 이미 종료된 과거 회계연도의 분기별 재무 결과를 재작성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 표명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거래정지 등을 우려한 시장 참여자들이 일제히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전일 대비 34% 넘게 폭락한 32.3달러까지 추락했다가 33.0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슈퍼마이크로의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주가이자, 3월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118.81달러)와 비교하면 70%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그 결과 슈퍼마이크로 주가의 연중 상승률은 이날 종가 기준 16%로, 올해 상승률 대부분을 반납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