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하자” 정치권 논의 급물살, 산업계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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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교내 스마트 기기 사용 금지' 법제화할까
프랑스·영국·미국 등은 이미 관련법 제정해
스마트폰·SNS 시장에는 악재, 에듀테크 시장에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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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면서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회는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지금까지 교내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 침해’라고 규정하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이용 제한과 관련한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권위·국회·교육부 ‘한목소리’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인권위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것을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놓으면서다. 지금까지 학생 휴대전화 수거를 두고 인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해 온 인권위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인권위는 사이버 폭력·불법 촬영 등 교내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교사와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치권과 정부도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교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 신설된 ‘제20조의3(학생의 휴대전화 사용 지도)’ 조항에는 ‘학생은 교내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교육 목적의 사용, 긴급한 상황 대응 등을 위해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도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최근 소셜미디어(SNS)가 학생들의 지능·인지·정신건강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학생들이 유해·불법 콘텐츠와 사이버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학생들이 교내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제한하려는 개정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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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스마트폰 금지는 글로벌 흐름?

다수의 주요국은 이미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잉 의존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례로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 9월 신학기부터 중학교 약 200곳에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디지털 쉼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 안에 별도의 사물함을 만들어 학생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 때 돌려주는 방식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프랑스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디지털 쉼표에 시범적으로 참여한 학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습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 교육 현장에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현재 잉글랜드 내 대부분 학교가 해당 지침을 이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조시 매캘리스터 노동당 하원의원은 이 같은 지침을 법률로 제정하기 위해 ‘더 안전한 전화 법안’을 하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모든 학교가 ‘휴대전화 없는 지대’가 돼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담고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기업이 부모의 허락 없이 어린이의 데이터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연령을 현행 13세에서 16세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도 K-12(13년제 유·초·중등 교육과정) 학교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청소년의 정신 건강 악화와 학업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다. 지난 9월 말 기준 플로리다,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미네소타,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에서는 이미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법안이 통과됐으며, 이외 14개 주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6개 주에서는 시범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일부 산업 타격 예상

업계에서는 한국이 이들 국가의 전철을 밟으며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본격화할 경우, 관련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은 단기적으로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대 스마트폰 이용률은 99.6%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전 국민 스마트폰 이용률(94.8%)을 눈에 띄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광고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청소년 사용자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2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4~19세 청소년 중 90%가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81.6%)이었으며, 2위는 페이스북(46.1%)이었다. 

반면 에듀테크(EduTech,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산업은 성장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으로 인해 교육용 태블릿, 학습 관리 시스템, 온라인 학습 플랫폼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의 에듀테크 시장은 아직 소수의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초기 단계”라며 “교내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며 수요가 급증할 경우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며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