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0억원 투자, 2조원 매출 내겠다” 밸류업 공시 내놓은 한미사이언스, 투자 재원 확보 두고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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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연합, 한미사이언스 밸류업 공시에 의문 제기
재원 확보 위해 유상증자 단행할 경우 주주 타격 불가피
"투자자 모으기 어렵지 않다" 한미사이언스, 외부 자금 수혈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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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가 오는 2028년 8,150억원을 투자해 매출 2조원 이상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최대주주 3인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측이 자금 확보 방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사이언스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다며 외부 자금 수혈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상증자라도 할 셈인가” 최대주주 연합의 비판

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2028년 매출 2조3,267억원, 영업이익률 13.75%를 달성하겠다는 ‘밸류업’ 전략을 공시했다. 이를 위해 8,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5,680억원, 연구·개발(R&D)에 2,000억원, 제조시설에 420억원, IT 인프라에 50억원을 각각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단 한미사이언스는 공시에 투자 재원 마련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미사이언스 현금성 자산은 24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3인 연합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인 연합은 6일 입장문을 내고 “한미사이언스가 공식 업로드한 중장기 성장 전략 보고서는 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외부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으로, 해당 내용은 한미약품 대표도 모르고 전혀 상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히 8,150억원의 투자에 대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설명이 없다”며 “분쟁 중인 상황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이러한 중대한 투자 건을 이사회도 패싱한 채 외부에 먼저 발표할 수 있는 것인지, 또 기업 유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킬 수 있는 유상증자 가능성을 공개하는 일이 과연 주주가치 제고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유상증자 시 리스크 따라와

최대주주 연합의 지적대로 한미사이언스가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차후 법적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외의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주가 변동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실제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 경우 위법하다는 판례가 대부분이다. 만약 한미사이언스가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해도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실시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주식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기습 공시했을 당시, 고려아연의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밸류업 전략 공시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일 한미사이언스는 전일 대비 3.79% 미끄러진 3만8,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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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의 재원 마련 전략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한미사이언스 측은 유상증자가 아닌 ‘외부 자금 수혈’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임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사이언스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확장성에서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고, FI(재무적 투자자) 혹은 SI(전략적 투자자)도 있어 투자받기는 좋은 위치다”라며 “투자자를 모으기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이어 “여러 조건의 투자자분들이 있어 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임 대표는 외부 투자와 관련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상속세를 위한 투자 유치는 아니다”라며 “외부 세력 개입이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하는데, 사업 추진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신중한 투자 결정”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과거 송영숙 회장 등도 기업 성장을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고려한 바 있다”면서 “최대주주 분들도 외부 투자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사이언스 측은 밸류업 계획 이행 시 사업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의 영업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면서 마진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은 “영업이익률 증가의 경우 기존 약품 분야의 세일즈를 포함하는 내용을 비롯해 라이선스 아웃 등을 감안했다”며 “우리가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예측을 했고 약품이나 각 계열사들의 영업 마진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