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야기] 혈액 보유량은 어떻게 유지될까? ① 관리가 까다로운 혈액 시장

2028년에는 혈액 수요가 공급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돼
현재도 대부분 혈액 부족 상태에 머물러
혈액 시장이 갖는 특수성이 혈액 관리를 어렵게 만들어

최근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미래 경제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해 혈액 부족 사태도 화두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이 이어질 경우 2028년에는 혈액 수요가 공급을 뛰어 넘을 것으로 추측한다.

작년 27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전혈 헌혈 기준으로 2028년이 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2028년 예상 전혈 헌혈량은 201만1691단위인데, 수요는 201만2766단위로 1075단위가 모자란다. 게다가 대한적십자사는 이 격차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울한 전망 가운데 대한적십자사가 미래에 어떻게 혈액을 관리할 지가 주요 관심사이다. 따라서 필자는 과거에 대한적십자사가 어떻게 혈액을 관리했는 지를 중점으로 분석할 것이다.

대부분 혈액 부족 상태에 머물러

하지만 최근에도 혈액 부족 상태 이슈는 여전하다. 겨울철만 되면 항상 헌혈자가 부족해, 병원 관계자들은 출혈이 많거나 수술이 급한 환자들한테 혈액 공급이 잘 안될까 봐 걱정이다.

그럼 대한적십자사는 어떤 기준으로 혈액 보유량을 관리할까?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일일 혈액 사용량 대비 혈액 보유량인 혈액 보유 상태를 통해 적정 혈액 보유 여부를 판단한다. 혈액 보유량이 5일 이상인 경우 “적정 상태”가 되고, 혈액 보유량이 5일 미만인 경우 “부족 상태”가 된다. 부족 상태가 되면 혈액 공급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수혈 우선 순위를 정하는 등 혈액 사용량을 조절한다.

혈액보유량 추세
출처=대한적십자사

과거 기록을 보면 적정 보유량을 유지하지 못한 날이 대부분인 데다가 점점 적정 상태를 유지하는 날이 적어지고 있다. 그럼 혈액 시장의 어떤 특성이 혈액 보유량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지 알아보자.

혈액 시장만의 특수한 성질 가져

혈액도 다른 재화처럼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혈액 시장에서 공급은 헌혈에 해당하고, 수요는 수술 등 여타 의료활동으로 혈액을 사용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시장처럼 가격과 수량을 조절해 혈액 보유량을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혈액 시장은 일반적인 시장과 달리 특수한 구조를 갖는다.

수요 측면에서는 혈액의 공공재적 특성상 가격이 건강보험 의료비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혈액 보유량이 부족할 때 가격을 높여 수요를 낮추는 작업을 불가능하게 하여 혈액 보유량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아무리 혈액이 부족한 긴급상황이더라도 강제로 사람을 붙잡고 피를 뽑을 수 없다. 혈액 공급량은 오로지 헌혈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져 공급량 조절 또한 어렵다.

이처럼 혈액 시장이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혈액 보유량은 단순한 수요/공급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혈액 보유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작업은 굉장히 어렵다. 위와 같은 어려움을 뚫고 어떻게 혈액 보유량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원리는 단순하다. 혈액 공급량을 늘리고 혈액 사용량을 줄이면 혈액 보유량을 늘릴 수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혈액 사용량을 줄인다는 것은 수술에서 사용되는 혈액을 줄인다는 말인데, 이는 민감한 사항이라 섣불리 줄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급에 해당하는 헌혈자 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쉬울까?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혈액 매매를 금지하여 금전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헌혈자를 늘릴 수 없다. 따라서 혈액 부족 상황에도 단기간 내에 원하는 만큼 공급량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기존 연구로는 혈액 보유량-사용량-공급량 관계 파악 어려워

대한적십자사는 이토록 어려운 혈액 보유량 관리를 어떻게 했는 지 선행연구를 통해 알아보자. 혈액은 공공재적 특성을 지녀 법의 영향을 크게 받고, 국가별로 헌혈 및 혈액 관리 방식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타국 연구 결과를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워, 국내 선행연구를 한정으로 조사해보았다.

양지혜(2013), 이태민(2013), 양준석(2019), 신의영(2021)은 설문을 통해 헌혈 참여 동기를 파악하는 정성적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김신(2015)은 다중선형회귀분석을 이용해 개별 헌혈자의 헌혈 횟수를 예측하였다. 하지만 설명변수로 헌혈자의 개인정보를 사용하였고, 시계열성을 고려하지 않아 전체 헌혈자 수 동태 파악에는 용이하지 않았다. 김은희(2023)는 COVID-19 유행이 헌혈 건수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으나, 외생 변수와 헌혈 종류를 반영하지 않은 한계를 갖는다.

기존 연구들은 혈액 보유량-사용량-공급량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 필자의 분석목적과 달랐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외생 요인들을 통제하고 헌혈 종류를 구분하여, 혈액 보유량-사용량-공급량 관계를 분석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혈액 공급량을 늘리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헌혈 홍보/장려 활동” 효과를 측정한 데 의의가 있다.

이번 편에서는 혈액이 부족한 이유를 혈액 시장의 특수한 구조에서 찾았다. 다음 편에서는 혈액 데이터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혈액 시장에 어떤 패턴이 있는지 찾아보자.

[논문이야기] 혈액 보유량은 어떻게 유지될까? ② 혈액 공급량 모델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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