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임금보험으로 ‘관세’ 버리고 ‘자유 무역’ 지속할 수 있을까?
미국 임금보험, 실직자 재취업과 소득 증대 효과 검증
높은 비용 효과성으로 정부 예산 절감 효과까지
자유무역 지속 가능하게 하는 ‘관세’ 대안으로 떠올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임금보험(wage insurance) 시행 결과 비용 효과적이면서도 실직자의 빠른 재취업과 소득 증대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한 직장도 이전 직장 못지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유무역 원칙을 지키면서 글로벌 무역으로 인한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자유무역 지지자와 노동자 권리 옹호론자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관세 대신 사회보장제도로 자유 무역 지속’ 주장
2018년부터 관세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의 자유 무역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저가로 공급받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가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도 상존하기 때문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빌미로 보호 무역으로 돌아선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주 간과되는 글로벌 무역에 대한 논의 중 하나는 자유 무역으로 더 많은 국민이 값싼 수입품들을 사용하게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교적 소수의 피해자들을 사회보장제도로 보호하는 대안이다. 높은 수입 관세는 소비자들의 피해는 물론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무역 대신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소수의 피해자를 보호하며 자유무역을 지속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보험, 기존 프로그램 비해 빠른 재취업과 소득 증대 효과
무역조정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 TAA)은 자유무역으로 인한 수입 물품 범람과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피해를 본 근로자들에게 재교육 보조금과 장기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 피해 근로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령한 보조금이 사회보장장애보험(Social Security Disability Insurance)을 통한 수령금의 3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무역조정지원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이 대부분 재교육을 받지 않은 실업급여 청구자들과 비교해 재취업 및 소득에서 나은 결과를 얻지 못한 점은 해당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게다가 무역조정지원은 실직자들이 실업급여와 보조금에 의존해 장기간 재취업 노력을 하지 않는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까지 유발해 과다한 비용 지출도 피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실직 근로자들이 재취업했을 때 기존 직장에서 받던 수준보다 낮아진 임금의 일정 비율을 보조금을 통해 보전해 주는 임금보험은 장기간 실업급여에 의존하지 않고 빠르게 재취업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실업수당과 재취업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존 무역조정지원과 달리, 실직자들의 해고와 이직으로 인한 피해 정도에 비례하는 보상 체계로 재취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졌기 때문이다.
벤저민 하이먼(Benjamin Hyman)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코박(Brian Kovak) 카네기멜론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부교수, 아담 리브(Adam Leive)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조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미국 정부가 무역조정지원 체계하에서 임금보험으로 운영 중인 재취업 무역조정지원(Reemployment Trade Adjustment Assistance)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했다.
연구 결과 해당 프로그램이 실직자들의 재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득 증대 및 실직 기간 단축 효과까지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취업 무역조정지원은 50세 이상 근로자들에게 재취업으로 인해 낮아진 임금의 절반을 2년까지 보조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연구진은 50세 이상 재취업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 대상자들과 50세 이하 비대상자들의 실직 2년 후 재취업률을 비교했는데 40대에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던 재취업자 비율이 50세에서 증가로 반전해 임금보험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했다.
평균적인 미국 실직자들과 비교해 연구 대상인 50대 이상 실직자들은 경력이 길었고 교육 정도는 높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로 인한 충격도 그만큼 컸다. 따라서 실직 후 소득 과 취업자 비율은 실직 이전 수준을 끝까지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금보험 대상자들은 실직 후 1년이 지나자 취업자 비율이 8%p 상승하고 2년 후에는 17%p가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소득도 실직 후 매년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실직 전 소득의 10%가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내 4년간 누적 소득 증대 효과가 1만8,000달러(약 2,420만원)로 실직 당시 소득의 26%에 해당했는데 대부분 빠른 재취업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비용 효과성도 입증
연구진은 임금보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직자들의 신속한 재취업 촉진 효과를 꼽았다. 여기에 더해 임금보험 수혜자들은 본인들의 기대를 낮춰 재취업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이 낮고 안정성도 없는 일자리를 억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회사 규모, 이익 성장률, 고용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직장보다 처지지 않는 곳에 재취업한 것이다. 속한 산업이나 직장, 지역을 옮긴 횟수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실직자들이 임금보험 제도를 통해 본인의 경력을 희생하지 않고 적합한 일자리를 구했다는 얘기다.
임금보험의 무시할 수 없는 두 번째 장점은 비용 효과성으로, 연구 결과 재취업 무역조정지원은 예산 비용을 모두 회수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재취업자들 소득이 늘며 세수가 증가한 데다 빠른 재취업으로 실업 보험금 지급액도 줄어 임금보험에 드는 비용을 상쇄했다는 것이다. 높은 비용을 들이고도 재취업 관련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기존 프로그램들과 비교되는 성과다. 게다가 임금보험은 사회보장장애보험 수급자 수까지 줄여 정부 예산 절약에 이바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유 무역 지속하며 부작용 피해자 구제하는 대안으로 평가
연구진은 비용 효과성까지 갖춘 임금보험이 무역 부작용에 따른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중재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 실업 보험 프로그램들이 수혜자들이 실직 상태에 더 머물고 싶게 만드는 모럴해저드를 유발하는 반면, 임금보험은 빠른 재취업을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유무역을 허용해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임금보험의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금보험 제도가 일반화되면 고용주들이 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Earned Income Tax Credit)처럼 지원자들에게 보조금 지급분만큼 미리 깎은 금액을 임금으로 제안할 가능성이 우려돼서다. 이 경우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이 상쇄된다. 또한 임금보험이 재취업률 증가와 소득 증대 효과는 입증했지만, 실직 후 악화하는 건강 문제와 증가하는 사망률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단,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글로벌 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에 취약한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비용 효과적 방법임은 분명하다.
원문의 저자는 벤저민 하이먼(Benjamin Hyman)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Wage insurance for trade-displaced workers: A middle-ground alternative to rising protectionis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