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금융위 압박 몰아치는 정치권, 공매도 제도 개선에 이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요구
대통령실, 금융위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 적극 검토 지시 정치권 압박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공매도 제도 개선 추진” 언급 금융당국, 우선 글로벌 IB 대상 불법 공매도 거래부터 전수조사 시행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제도 개선안을 적극 검토하란 주문을 내놓자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금융당국은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며 정치권 압박에 발맞추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건전성 및 효율성 문제가 아닌 탓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 앞둔 정치권,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금융위 압박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은 금융위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공매도 상환 기간 개편과 전산화 시스템 도입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대통령실에 적극 설득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권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이유로 공매도 한시 금지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미투자자’ 표심을 의식해 향후 3~6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를 중단하고, 제도 개선안을 적극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31일 윤 대통령과 국회 상임위원장단 간담회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문제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고 있는데, 금융위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대통령이) 함께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중한 처벌, 기관 및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담보비율 합리적 조정,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등은 모두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불법 공매도는 주가 조작에 준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 통해 공매도 제도 개선하겠다”
앞서 지난달 2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를 통해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혀온 공매도 제도에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던 당국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그간 당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공매도를 전면금지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과 ‘가격 발견’이라는 순기능으로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점을 꼽으며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해 왔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모건스탠리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글로벌 IB 두 곳이 지난 2년간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금감원 내부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여기에 여당을 필두로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과 다른 제도 개선을 요구하자 당국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공매도 특조단 꾸려 글로벌 IB 10곳 전수조사
이에 우선 금융당국은 대통령실과 정치권 압박에 발맞춰 글로벌 주요 IB들의 국내 공매도 거래부터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국내 공매도 규모가 많은 글로벌 IB 약 10곳을 대상으로 2021년 5월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이후 특정 기간 이뤄진 공매도 거래를 모두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또 공매도 거래의 실질 투자 주체인 최종 투자자의 악용 개연성에 대해서도 면밀한 점검이 있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사 인력을 2배 이상 늘리고,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 감독 당국과 연계를 통한 국제 공조 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통상 IB들은 고객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매도 계약의 위험을 피하는 과정에서 공매도를 한다.
이미 금감원은 2개 IB에서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를 적발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적발 사례 외에도 2건에 대한 불법 공매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기존의 BNP파리바와 HSBC 사례처럼 관행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국은 공매도 한시 중단에 관한 입장은 명확히 밝히지 않는 채 불법 공매도에 대해 뿌리 뽑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감원은 “글로벌 IB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가 발붙일 수 없도록 발본색원하는 한편, 공매도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글로벌 IB의 자체 시스템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