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C 총재 “물가 안정 위해 정책금리 인상 외 고려할 요소 많아”

지난 3월 금리동결한 BOC, 물가 목표치까지 아직 요원 물가 안정을 위해 노동 시장 균형, 단기 기대 인플레 낮아져야 은행권 불안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발생 시 물가 안정 더 힘들어질 것

160X600_GIAI_AIDSNote
사진=캐나다 중앙은행 홈페이지

전 세계가 고물가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돌아가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긴축적인 통화정책 외에도 과열된 노동시장의 완화,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 은행권의 재무 안전성 등의 요소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OC 총재 “2% 물가 목표치 도달하려면 2024년 말까지 걸릴 것”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3월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BOC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예측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지난 4일(현지 시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티프 맥클렘(Tiff Macklem)은 온타리오주 토론토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이 4.3%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여름 8%를 조금 넘길 때의 수준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그간의 성과를 자축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3%에서 목표치인 2%로 떨어지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말에나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향후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될 것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2% 언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함께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올해 연말 정도에 3% 수준이 될 걸로 보고 있지만, 하반기 국제유가와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올해 물가 목표치 2%를 예상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고려할 요소: 노동시장,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

물가 수준이 목표치(주요국 2%)에 근접할수록 지표 하락은 더디다. 다시 말해 8% 물가가 6%로 떨어지는 것이 4% 물가가 3%로 하락하는 것보다 쉽다는 의미다. 맥클렘 총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외에도 몇 가지 요소가 더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가 더욱 안정되기 위해선,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정상화되어야 하며,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욱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은행권 불안으로 시작된 금융 불안전성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물가 하락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과열된 노동시장이 완화해야 인플레이션 지표 하락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의 고물가 현상의 주범으로 꼽히는 서비스 물가의 상승은 임금 상승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BOC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주요국의 임금 상승 측정치가 4%~5%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 성장이 강하게 증가하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것도 문제다. 맥클렘 총재도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발생한 비용 상승에 따른 압박을 상품 가격 인상에 전가해 왔다”며 “이들 기업은 앞으로도 더 자주 가격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OC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공급망 개선에 따른 수요 완화로 상품 가격 상승률이 이전보다 더 느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생활 품목 등 일부 상품의 경우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특징이 있어 인플레이션 목표치 회복이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주한 캐나다 대사관

물가 안정을 위해 고려할 요소: 기대인플레이션, 금융 시스템 안정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소비자물가지수, 근원물가지수 외 주의 깊게 살펴보는 또 다른 물가지표는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설문조사를 통해 특정 기간 시장참여자들이 예상하는 물가 수준을 나타낸 지표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을 경우 현재 물가 수준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요 지표로 꼽힌다.

맥클렘 총재는 “만약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들은 나중에 더 높은 가격을 피하고자 지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되고, 나아가 기업이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을 더욱 쉽게 만들어 버린다”고 말하며 기대인플레이션 통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는 10년 이상 장기와 1년, 3년 등의 단기 지표로 나뉜다. 현재 주요국 대부분 장기 기대치는 2%대로 목표치와 일치하나, 단기 기대치의 경우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마지막으로 맥클렘 총재가 물가 안정을 위한 가장 핵심으로 꼽은 요소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Maintaining financial stability)이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 파산 사태와 크레딧스위스의 붕괴 등 금융 불안전성이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미 연준 등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 등 신속한 대응이 있었지만, 고금리 기조에 취약한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이어 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또 다른 위기를 몰고 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들 부동산 업체 대다수가 주변 지역은행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받고 있어 시장의 침체가 곧바로 은행권 부실 문제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규제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 따라 은행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대출 상환 불능에 따른 은행권 수익성 악화와 파산 사태로 이어지기 전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스템 리스크 확산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라는 측면에선 이러한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금융 시스템 불안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이 다시 물가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맥클렘 총재는 “은행권 불안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예상되는 가장 큰 리스크 가운데 하나다”라며 “(중앙은행이) 지역은행에 제공한 유동성이 경제 전반의 통화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자산 가격의 상승 또는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