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하한가 사태 주범, 라덕연 체포에 제기되는 질문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시세조종 및 범죄수익 은닉, 무등록 영업 혐의 휴대전화 수령 즉시 레버리지 대출과 미수금 당겨, 사기·배임 일각에선 피해자가 아니라 단순 투자 실패일 뿐이라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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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으로 최근의 주가 폭락 사건을 수사한 끝에 2023년 5월 9일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이번 체포는 한국의 대형 금융 스캔들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한 수사의 일환이다. 해당 사태는 9개의 주식이 동시에 갑자기 가치가 하락하면서 발생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의 거래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가 발생해 ‘SG 증권 폭락 사태’로 불리고 있다.

이번 폭락 사태로 인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라 대표와 H사 관계자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라덕연과 그의 동료들이 투자자들 몰래 대출을 받고 채권을 취득하는 등 투자금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차액결제선물환(CFD)과 폭락 사태

이번 SG증권 폭락 사태는 차액결제선물환(CFD)에 내재된 악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는 금융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높은 레버리지와 익명성이 보장되는 CFD의 특성을 이용해 8개 대상 종목을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크게 혼란에 빠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든 이 금융 파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CFD의 어두운 속사정을 먼저 파헤쳐야 한다. CFD는 시세조종으로 주식시장을 폭락하게 한 악명 높은 SG증권 사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차액거래계약은 계약 체결 시점과 정산 시점 사이의 주식 가격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두 당사자 간의 계약이다. 이러한 종류의 거래는 자칫 위험할 수 있음에도 많은 투자자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CFD는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장외파생상품이며, 투자자가 자산을 실제로 소유하지 않고도 투기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주식이나 기타 자산의 미래 가격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런 CFD는 규제가 미비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나 CFD와 같은 증권 거래 계좌를 개설할 때 거래의 성격과 위험을 이해하는 것은 투자자의 책임이다. 증권사는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자세한 설명서, 투자 위험 고지, 이해 확인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관련 위험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호한 경계: 피해자 또는 가담자?

이번 금융 재난으로 인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질문이 등장했다. 과연 진짜 피해자는 누구일까. 손실을 입은 투자자인가, 고의든 아니든 주가조작에 기여한 개인인가. 이번 사태로 주가가 폭락한 소시에테제네랄에 투자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그들이 실제 피해자임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라덕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사실상 주가조작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관점은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일부는 투자자들이 거래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투자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좌 개설 과정에서 제3자가 본인 확인에 관여한 것이 입증된다면 이는 명의도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 거래 계좌 개설 여부를 몰랐다는 투자자의 입장은 통장과 스마트폰을 ‘대포통장’, ‘대포폰’으로 제공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대표 A씨는 이번 사건에서 H사와 거래한 사람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투자 컨설팅 업체가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맡기면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했다면 애시당초 정상적인 투자금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조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지라도 통상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점은 인지해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답해야 할 문제는 투자자들이 라덕연 등의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시그니처의 공영걸 변호사는 “투자자가 투자 과정에서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익을 얻기 위해 이를 묵인했다면 피해자가 아닌 방조범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CFD에 대한 법적 전쟁

SG증권 사태는 충분한 지식과 실사 없이 투자하는 것의 위험성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라덕연에 대한 혐의는 금융 시스템의 악용 가능성을 비롯해 투자 업계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SG증권 사태 이후 정부는 CFD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뒤늦은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미래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CFD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만큼 ‘뒷북’이자 ‘헛발질’이라는 지적이다.

SG증권 사태 이후 피해 투자자들은 라덕연을 비롯한 주가조작 가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주가조작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투자를 맡겼다고 주장하면서 투자 업체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정에서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는 것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주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했으며 투자자들이 사기 의도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