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와 2.9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 체결한 LG화학, “영업 실적 개선은 따놓은 당상”
미국 IRA법 활용해 도요타에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 건 따낸 LG화학 기존 양극재 생산라인과 미국 양극재 공장 시너지로 안정적 생산 체계 기대 영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는 이미 주식 시장에도 반영된 모습
LG화학이 도요타와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도요타가 자국 회사가 아닌 LG화학을 택한 건, LG화학이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발맞춰 미국에 최대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면서, 도요타에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라는 이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량이 중국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망간, 코발트 등의 최대 시장 점유국이 중국인 만큼, 한중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된다면 중국이 원자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LG화학의 배터리소재 사업 부문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도요타에 대규모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 맺은 LG화학
LG화학이 도요타의 북미 배터리 공장에 2조8,600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10일 공시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이번 계약 대상은 도요타 북미 생산·기술 법인 TEMA(Toyota Motor Engineering & Manufacturing North America)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LG화학 양극재는 도요타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에 공급하기 위해 2025년 생산 목표로 현재 독자적으로 짓고 있는 미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2조8,600억원은 전기차 50만~6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수치다. 다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로부터 수주해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30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과는 별개다.
한편 LG화학은 현재 미 테네시주에 4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5년 말 양산을 시작해 연 12만 톤으로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양극재와 같은 배터리 핵심 부품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미국 IRA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도요타가 니치아 등의 일본 양극재 업체들 대신 LG화학을 택한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IRA 요건을 충족하는 양극재를 만들어 도요타에 공급하고, 추후에도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종합 전지 소재 리더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탄탄한 양극재 생산 파이프라인 기대돼
한편 전문가들은 LG화학이 이번 양극재 공급 계약을 통해 자사 배터리 생산 체계가 더욱 안정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부터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핵심 소재 3개 분야에 뛰어들겠다며 각 소재사업에 ‘수직계열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대로 LG화학이 도요타 북미 배터리 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에 대한 양극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 테네시주에 최대 양극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면서, 기존 계획했던 생산 라인과 미국 생산 라인이 긍정적 시너지를 내면서 종국적으로는 양극재 생산에 대한 탄탄한 파이프라인이 구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 지난 4월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LG화학 관계자는 “2026년까지 연 5만 톤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추가 투자를 통해 최소한 2028년까지 연 10만 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화학은 현재 충북 청주와 중국 취저우에 양극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구미에 위차한 양극재 공장이 부분 가동에 돌입하면서 늘어나는 양극재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아울러 LG화학은 앞서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전구체 합작공장(JV)을 설립했으며, JV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양극재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원자재인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에 주목,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이 자칫 중국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남미와 아프리카 자원 부국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대형 광산회사들을 매수하면서 전 세계 광물 시장을 통제해 왔는데, 이로 인해 LG화학이 자칫 중국의 ‘자원 독과점’ 횡포에 휘말려 양극재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배터리의 핵심 광물자원인 망간(95%), 코발트(73%) 등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 체결로 3분기 영업 손실도 메꿀 수 있을 듯
앞서 증권업계에선 올해 3분기 LG화학의 수익성이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 24일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의 시장 컨센서스는 7,948억원으로 전년 동기(9,012억원) 대비 12%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LG화학의 석유화학과 배터리소재 사업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대외적 변수로 인해 수익성에 큰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수요는 크게 나아지지 않아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극재 부문의 경우에도 해당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리튬이 공급 과잉으로 인해 크게 하락해 결국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LG화학이 이번 도요타의 공급 계약을 통해 대규모 양극재 수요를 확정적으로 받아내게 되면서, 배터리소재 사업의 미래 영업 실적 또한 올해 3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실제 주식 시장에서도 이같은 기대치를 이미 반영한 모습이다. 공급 계약 소식이 일반에 전해진 11일 LG화학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4.12% 오른 51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