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4개월 만에 하락 전환, 농산물·도시가스 큰 폭 하락이 주도, 둔화 흐름 지속되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 ‘120.51’, 전월 대비 0.1% 하락 국내공급물가지수는 0.2% 하락, 총산출물가지수는 보합세 주요국 대비 물가 둔화 흐름 빨라, 다만 근원물가 둔화는 예상보다 더뎌
올해 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생산자물가가 지난달 하락했다. 농산물과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이달 초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도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미국과 달리 국내 물가 수준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변동, 생산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다. 대표적인 경기동향 판단지표 가운데 하나로, GDP 디플레이터 등으로도 활용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51(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6% 상승했지만, 지난 1월(0.4%)부터 2월(0.2%), 3월(0.1%)까지 이어진 상승세는 둔화한 셈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최고치(10%)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농산물과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의 큰 폭 하락이 생산자물가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먼저 1.8% 하락한 농림수산품의 경우 수산물과 축산물 각각 2.3%, 1.1% 올랐으나, 양파와 풋고추 등의 생산량 및 출하량 증가 영향으로 농산물은 -5.5% 하락했다. 한편 전력·가스·수도·폐기물 부문에선 전월보다 2.8% 하락했는데, 이는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이 한 달 만에 20.8%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이 밖에도 공산품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0.6%) 등이 내렸으나 제1차금속제품(0.6%), 화학제품(0.3%) 등이 올라 0.2% 상승했다. 이어 서비스는 운송(-0.5%)은 내렸으나, 음식점·숙박(0.8%), 금융·보험(0.8%)을 중심으로 0.3% 올랐다.
특수 분류별로 살펴보면 식료품이 전월 대비 0.7% 하락했고, 신선식품은 4.8% 내렸다. 동일 기간 에너지는 전월보다 2.0% 하락했으며, IT는 0.3% 하락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이외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공급물가지수와 총산출물가지수
이날 국내공급물가지수와 총산출물가지수도 발표됐다. 먼저 국내 출하 및 수입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원재료·중간재·최종재의 생산단계별로 구분해 측정한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최종재는 올랐으나 원재료 및 중간재가 내린 영향이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원재료는 국내 출하(-0.5%)와 수입(-2.6%)이 모두 내려 전월 대비 2.2% 하락했다. 중간재도 수입(0.1%)은 올랐으나 국내 출하(-0.2%)가 내려 0.1% 내렸다. 반면 최종재는 서비스(0.4%), 자본재(0.5%) 등이 올라 0.2% 올랐다. 에너지 물가 하락 및 글로벌 공급망 해소로 수입 물가는 낮아졌으나 국내 임금상승률 증가가 완성품에 대한 물가 수준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나타냈다. 총산출물가지수는 국내생산품의 전반적인 가격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출하 외에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 기준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지수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1.8%),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2.8%) 등이 내렸으나, 공산품(0.2%)과 서비스(0.3%)는 올랐다.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물가
전반적인 국내 물가 수준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생산자물가지수 하락 전환과 더불어 지난달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하락한 영향이다. 정부도 올 초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를 두고 물가 수준이 만족스러운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기재부는 “세계적인 고물가 속에서 낮은 물가 정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국제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향후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는 경계감을 잃지 않고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기로 한 배경도 둔화 추세에 있는 물가상승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통위는 “근원물가의 둔화 속도가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등으로 당초 전망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안정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 지속 및 은행 부문의 신용 공급 축소 등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