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호금융권 규제 강화 및 건전성 제고 의지 밝혀
덩치 커진 상호금융권, 비리 등 잡음 끊이지 않아 금융당국, 규제·감독 칼 빼 든다 이젠 말뿐인 조치 아닌 실제 정책적 조치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금융당국이 23일 ‘상호금융업권 규제차익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으로 이번 하반기에 ‘상호금융업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비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던 상호금융업에 관리·감독 필요성을 느낀 금융당국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련 제도 개선을 두고 이제는 ‘허울’이 아닌 정책적 신속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규제 적용 기준 다른’ 상호금융권에 동일 규제 및 재무 건전성 제고 필요성 강조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23일 은행연합회 중회의실에서 ‘상호금융업권 규제차익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호금융업과 다른 금융기관 간 규제 차익을 줄이는 한편,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간 상호금융권은 조합별 설립목적, 사업, 조합원에 따라 주무 부처 및 설립기준이 다른 관계로 각기 다른 영업규제 및 건전성 규제가 적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부문 간 규제 강도와 형태가 다른 것을 이용한 이른바 ‘규제 차익’을 창출하는 행위가 암암리에 이어졌는데, 이를 염두에 둔 금융위원회가 칼을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연구원 구정환 박사는 “조합별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신용사업을 중심으로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적합한 규제원칙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금리상승,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상호금융업권의 연체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말 1.71%이었던 상호금융권업권의 연체율은 2023년 2월 말 2.15%까지 뛰었다. 이에 구 박사는 토론회에서 “금융리스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상호금융 감독 주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으로 금융위 이세훈 사무처장도 “특히 취약 업종인 부동산업·건설업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한 조합의 손실 흡수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서민의 금융 휴식처 ‘상호금융’, 시스템 정비 및 전반적 조직 운영 선진화 필요
통상 상호금융을 ‘토착 금융’, 또는 ‘풀뿌리 금융’이라고 말한다. 이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본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대다수 금융회사와는 달리, 상호금융의 경우 농·어촌을 비롯한 지역사회와 직장, 단체 등 공동유대를 기반으로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사내 문화 논란, 단위조합 비리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토착금융’의 대외적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대표적인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최근 사모펀드에 거액의 자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이세훈 사무처장은 “여전히 다수의 조합에서 임직원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내부 통제 역량을 탄탄히 하고 외부감사 또한 더욱 강화함으로써 대외 신뢰도 및 건전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조합 총회, 이사회 관련 규정, 임원 및 조합원의 권리 규정 등의 통일로 조합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조직 운영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허울뿐인 겉치레는 이제 그만, 정책적 신속성 담보돼야
이번 토론회에서 이세훈 사무처장은 “금융 당국은 그간 상호금융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고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호금융업권 내 상호금융업과 타 금융기관 간 규제차익 해소를 위한 규제 정비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상호금융업권 정책 토론회도 금융 당국의 과거 관련 개선 토론회처럼 단순히 ‘형식’에 지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5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상호금융업권 규제·감독 제도 개선 정책토론회’가 열리면서, 상호금융기관의 감독 사각지대의 발생하는 문제점을 되짚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의견이 수렴된 바 있으나, 이와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에는 상호금융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상호금융 감독규정’ 개정안이 금융위에서 의결된 바 있으나 이 또한 실제 시행은 2024년 말로 예정돼,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한 대처로는 미흡하다는 평이 절대적이다.
금리 상승 및 경기 둔화로 인해 금융권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상호금융 업계에 잡음이 끊기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관련 규제·감독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 당국 및 각종 이해관계자간 토론을 거치면서 수렴된 개선 방안을 기반으로 이제는 실제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