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재무제표 신뢰성 떨어졌던 보험업계 계리 가정 손 본다

IFRS17 도입에 보험사들 재무제표 과다·과소계상 빈번했다 금융당국,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IFRS17 도입 혼란 예방한다 전문가들, “이번 조치 통해 재무제표 신뢰성 및 비교가능성 제고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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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5월 31일 ‘IFRS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됨에 따라 보험회사가 자의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해 오면서 보험사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정부 당국이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보험사마다 상이했던 계리적 가정에 기준 확립

먼저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간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낙관적인 가정을 사용해 미래 이익을 과대 추정하면서 보험계약마진(CSM)을 크게 산출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보험 계리적 가정 운영실태를 점검한 뒤, 경험통계 등의 객관적인 통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보험료 산출방식에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가정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무·저해지 보험의 경우 보험료 납입 중에는 환급금이 없거나 적고, 납입 후 환급금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가입자가 만기까지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악용한 보험사 측에서 무·저해지 보험의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약률을 일반 상품보다 더 높게 설정해 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경우도 적잖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 당국 차원에서 관련 상품의 해약률을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적용하고, 상품구조에 따른 계약자 행동 가정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고금리 상품은 일반계약과 구분해 해약률을 적용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고금리 상품의 경우 일반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계약자의 해약이 적은 편이다. 이러한 고금리 상품을 일반 상품의 해약률과 동일하게 산출하게 되면 최선추정부채(BEL)가 작게 측정되고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측정될 우려가 있어 금융당국은 고금리 상품에 대한 해약률을 별도 적용하도록 하여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보험 손익 인식을 위한 CSM 상각 기준과 위험조정(RA) 상각 기준도 제시됐다. 당국은 CSM 상각 시 보험계약 서비스에 투자 서비스를 포함하는 등 합리적 산출의 틀을 마련하는 한편, 위험조정 상각 시 기시 시점과 기말 시점의 기초자료를 동일하게 사용하도록 기준을 확립했다.

실손의료보험 및 무·저해지 보험, 가이드라인 어떻게 마련되나

이번 논의에서 금융위는 실손의료보험, 무·저해지 보험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세부적인 기술적 사항을 함께 공개했다. 먼저 보험사 입장에서 현금 유출에 해당하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의 경우 그 증가율을 보험사의 과거 자료를 활용해 특정 기간까지는 회귀모형으로 추정하고, 해당 기간 이후에는 보험금증가율을 조정해 최종보험금 증가율로 수렴하도록 한다. 한편 실손의료보험의 갱신 보험료는 각 사의 경험통계를 이용해 1차년도 위험손해율을 추정하고, 이후 특정 기간은 목표손해율로 수렴하도록 갱신 보험료 조정률을 반영한다.

아울러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은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납입 완료 직전·직후 해지율이 달라지는 점을 산출 과정에 포함할 것을 강조했다. 즉 납입할 보험료보다 납입 완료 후 증가하는 해약환급금이 클 경우 계약자가 납입 완료 직전 해약할 확률이 매우 낮아짐은 물론, 동일선상으로 보험금 납입 완료 직후 해약률이 급증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 A씨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험사 간 임의적인 계리적 가정 사용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이 확보된 재무제표에 기반해 회사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험통계 반영해 재무제표의 시가 평가 기능 강화

금융감독원의 실손보험 계리적 가이드라인에는 1차년도 보험금 가정에 과거 5년간의 경험통계를 이용하고, 향후 증가추세도 과거 5년간의 경험통계를 최소 5년간 유지한 뒤, 과거 10년 평균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비 상승률(금융감독원장 고시)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의료비 상승률은 10년 평균 7.3%다.

보험사는 최소 15년 시점에는 최종 보험금 증가율이 7.3% 수준에 도달하도록 가정을 사용해야 한다. 즉 과거 5년치의 경험통계를 사용해 미래 5년치를 유추하고 이후 10년 이상의 기간은 건보공단의 의료비 상승률을 반영하라는 의미다. 이는 몇년새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의료 사용량이 줄면서 일부 보험사가 낮아진 손해율을 이용해 미래 추정에 활용했던 것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험 업계에서는 목표 손해율 수준 100%를 15년으로 지정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를 경우 기존보다 미래 이익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목표 손해율 100%에 도달했다는 것은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출의 합이 0원이 되는 기간을 최소 15년으로 정했다는 뜻으로, 보험사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을 낙관적으로 가정하지 못하도록 보험금 증가율이라는 한도를 씌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5일 김용범 메리츠화채 부회장은 “메리츠화재가 10년으로 정하고 있는 기간을 타 보험사에서는 5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손보험금이 매년 인상됨에 따라 가입자들이 ‘속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보험 업계 내에서도 실손보험 운영과 미래 이익 계산에 논의가 계속됐으나, IFRS17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도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