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DSR 규제 완화, “‘땜질’만으론 후폭풍 감당 못 해”

역전세 우려에 규제 완화 ‘땜질’한 정부, 하지만 규제 완화에,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 부동산 정책 실패 후폭풍, 정부의 ‘후손질’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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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정부가 지난달 시행한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으로 1년 동안 집주인에게 심각한 신용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일시적으로 대출 한도가 늘어나지만 향후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은 연장 계약이 되지 않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집주인의 부담이 한순간에 불어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 DSR 규제 완화, 1년 뒤 ‘후폭풍’ 우려돼”

지난달 27일 시행된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의 핵심은 1년간 한시적으로 역전세 위기에 놓인 집주인에게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기준에 따라 집주인의 최대 대출 한도가 제한됐는데, 내년 7월 말까지 1년 동안은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60%’ 규제가 적용된다.

DSR 40% 규제 대신 DTI 60% 규제를 적용받는 집주인은 이전보다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연소득이 1억원인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금리 연 4.0%, 30년 만기)는 최대 7억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 3억5,000만원 늘어나고, 연소득이 5,000만원인 집주인은 3억5,000만원에서 5억2,500만원으로 한도가 1억7,500만원 늘어난다.

문제는 규제 완화 조치 이전 주담대 외 신용대출까지 함께 받아 DSR 40%를 꽉 채워 빚을 지고 있던 집주인들이다. 역전세 반환대출을 받으면 DTI 60% 한도까지 추가적인 주담대를 받을 수 있지만, 기존에 받아놓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엔 이전과 같은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역전세 반환대출을 받은 이후 기존 신용대출은 만기 연장 목적의 재계약도 불가능해 차후 일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이에 집주인은 결국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자금난을 겪게 될 수 있다.

“금융위기 막으려면 ‘미봉책’에라도 기대야”

다만 일각에선 규제 완화를 막는 것도 막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부동산 발 금융위기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선 당장의 규제 완화 등 미봉책에라도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규제 완화 이전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역전세 후폭풍이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전셋값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정점을 찍은 가운데 해당 전세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도래한다. 올 하반기 역전세 ‘태풍’이 불 수 있단 관측이 나온 이유다.

특히 당시 기간 동안 아파트값의 70% 이상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한 갭 투자가 기승을 부렸단 점이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혔다. 집주인들이 자기 돈이 아니라 세입자의 돈과 대출로 집을 샀기 때문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든 사례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갭 투자 현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아파트값의 70% 이상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한 건수는 2020년 2만6,319건에서 2021년 7만3,34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자기 돈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무자본·마이너스 갭 투자’도 2020년 1,847건에서 2021년 6,98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역전세가 급증하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규제 완화에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세 시장은 임차인이 나가면 새 임차인을 구하면서 자금의 연쇄 고리가 형성돼 있는데, 전셋값이 하락이면 이 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를 끌어올렸던 트렌드를 역으로 본다면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매매 가격을 끌어내리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셈이다.

사진=UTOIMAGE

DSR 규제 완화, 불안 요소 여전

그러나 규제 완화에 대한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앞서도 언급했듯, 규제 완화는 단순 미봉책에 불과하다. 때문에 ‘규제 완화는 빚 돌려막기와 같은 이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 능력이 부족한 주택 임대인들은 자연스레 그 주택을 팔게 마련이다. 반면 정부가 규제 완화를 이어가게 되면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주택 임대인들마저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버티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새로운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을 더욱 어렵게 하고, 주택 임대차 부문의 자산 건전성마저 악화 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DSR 규제 완화로 인해 새로 들어오는 주택 임차인은 저당대출채권자인 금융기관보다 후순위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새 임차인이 2년 뒤 보증금 손실을 입을 우려가 더 커진다는 의미다. 또 새 임차인이 후순위가 되면 임대차보증금 반환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우려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여력 축소는 전세 위기로 인한 정부 피해로까지 발전할 우려가 있다.

세간에선 결국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후폭풍을 몰고 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정부가 발표한 규제책을 모두 잘못된 것으로 일반화할 순 없고, 취지 자체는 좋은 정책들도 많았다. 그러나 시장에 투자심리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무작정 규제책만 한 번에 발표하며 부작용이 터져 나왔단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정책 수요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않고 억누르기만 하니 당장 급하지 않은 가수요까지 부채질하면서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한 셈이다. 정책 실패 후폭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DSR 규제 완화책마저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 ‘후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