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귀신’ 헤지펀드들 줄줄이 ‘탈중국’, G2경쟁 종료 임박?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 골드만삭스 “5년간 최대 매도물량” JP모건, 신흥시장 채권 디폴트 전망 상향조정
뉴욕타임스(NYT)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타이밍이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부동산 및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퍼지면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중국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 “비구이위안 사태 타이밍 최악”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수년간 고통을 겪은 주택 시장의 붕괴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며 “이는 비구이위안이라는 한 회사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가진다. 이보다 타이밍이 더 나쁠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 2종에 대한 상환을 연기하고 11개 채권에 대한 거래를 중단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인 중룽국제신탁 투자상품 일부가 만기 상환의무를 지키지 못하면서 위기감을 더욱 키웠다. JP모건은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규모가 99억 달러(약 13조2,000억원)에 달하고, 중국 부동산 부문의 총 디폴트 규모가 170억 달러(약 22조7,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이달 초부터 공격적으로 모든 종류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특히 중국 국내 시장에 상장된 A주가 전체 매도의 60%를 차지하면서 매도세를 주도했다. 헤지펀드들은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거래일 기준 10일 가운데 8일간 순매도했다. 이번 중국주식매도는 지난해 10월, 10 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가장 긴 매도세로, 규모로는 5년래 가장 큰 매도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각종 지표까지 악화한 점이 매도세의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발표된 지난달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투자 지표가 모두 예상을 하회하며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인민은행은 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긴급 부양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이 각각 지난해 동기에 비해 2.5%, 3.7%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수렁에 빠진 중국 증시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는 △중국 경기둔화 우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미중 갈등 격화 등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위기 우려가 화룡점정을 찍은 격이다.
특히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이 크다. 중국은 작년 말 봉쇄를 해제했지만 올해 리오프닝 효과는 중국 내수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관찰될 뿐, 주변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 전반을 환기하기는 부족했다는 평을 받았다.
경기 부진에 따른 위안화 약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2.00%에서 1.90%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5월부터 이어지던 위안화 약세가 심화됐고 최근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위안까지 급락하며 중국 위기설을 부채질했다. 속칭 ‘포치(破七)’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은 중국의 심리적 환율 경계선으로 알려졌다.
거세지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도 중국 기술주 매도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코튜, D1캐피털, 글로벌 타이거 등 미국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중국 주식 비중을 낮췄다. US 뱅코프(USB)도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주간 헤지펀드들이 중국 반도체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고 전했다.
해지펀드들의 ‘탈중국’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 컨설팅기업 커니는 미국이 올해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50% 미만으로 낮출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도 “중국의 인건비 상승, 지정학적 긴장,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을 덜 의존하게 됐다”며 “중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 멕시코 등으로 수입선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안은 베트남?
한편 지난 3월 기준 인구 1억 명을 돌파한 베트남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기업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베트남 유럽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럽 기업 중 36%가 베트남을 상위 5대 투자처로 꼽았다.
베트남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대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718억5,000만 달러(약 499조원)로, 이 중에서 2,767억6,000만 달러(74.4%)가 외국인투자(FDI)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덴마크 레고그룹 외 지난해 발표된 베트남 내 FDI로는 싱가포르 트리나솔라(2억7,000만 달러), 코카콜라(1억3,000만 달러) 등이 있다.
베트남 내 공급망을 확장하고 나선 대표적인 미국 기업은 애플이다. 19일 베트남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애플은 ‘맥북’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베트남 현지에서 잇따라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이 밝힌 베트남 내 추가 투자 규모는 3억 달러(약 4,024억원)다. 레고그룹도 지난해 11월 베트남 남부 지방인 빈두옹에서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규모의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레고그룹 내에서 아시아 기준으로는 두 번째, 세계적으로는 여섯 번째로 큰 규모의 시설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속한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에는 메타, 아마존, 록히드마틴, 넷플릭스 등 50개 이상의 주요 기업을 포함한 미국의 대규모 경제 사절단이 베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