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장밋빛 전망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 그러나 넘어야 할 산 존재

노동 시장 견조한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안정세로 제조업 국가인 독일, 중국 경기 침체가 되레 美 경기에 악영향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인플레이션, 신용카드 대출 부담 급증 등 美 가계 소비 부진 요인 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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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사진=GettyImages

미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낙관론을 내놨다. 노동 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미 연준(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점차 잡혀가고 있다는 논리인데, 금융 시장과 월가도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글로벌 장기 경기 침체가 강하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미국 또한 이에 영향을 받아 완벽한 연착륙은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국 경제 연착륙 중이다”

10일(현지 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복귀하는 길에서 옐런 장관은 “고용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이 3.8%에 달한다. 이는 전달 대비 0.3%포인트 상승으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시장은 옐런의 낙관론과 생각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실업률이 증가한 건 경제참여인구가 73만6,000명 급증한 결과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늘어난 게 아닌 취업시장에 뛰어든 구직자 수가 늘어난 것이란 해석이 시장에선 지배적이다. 7월 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작년 동기 대비 3.3%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월가에서도 대량 해고 없이 인플레이션이 잦아드는 경기 연착륙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12개월 안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돌입할 확률을 종전 20%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

옐런 장관은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이자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이보다 빨라 과도한 부채 압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간의 미국 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7,260억 달러(약 967조9,032억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까지 미국의 재정수입 대비 이자 비용은 13.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9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다만 인플레이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미국 경제 연착륙 발목 잡아

이처럼 시장에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잖은 실정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에반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경제 확장과 시장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착륙을 위해선 아직 몇 가지 위협요인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올 2분기 기업들이 예상 밖 호조를 나타내는 등 미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호재인 것으로 분석했으나, 아직 인플레이션이 높은 점은 우려 요인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여전히 주거 비용과 식품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높은 실정이고, 만약 추후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만큼 둔화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연착륙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 외 다른 국가의 산업생산·제조업이 부진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의 전통적으로 경기순환 산업들의 경우 자국 외 다른 국가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부문이 부진한 것은 결국 미국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거꾸로 미국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원조 제조업 강국이었던 독일에는 현재 경기 침체의 전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엔 전 분기 대비 -0.4% 역성장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0.1% 역성장하는 등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7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도 5.3%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발 기준금리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라 독일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돼 자국 경기가 더욱 침체할 수도 있단 얘기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도 침체를 피해 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6.3%로 전 분기(4.5%)를 상회했으나 시장 컨센서스(7.1~7.3%)를 크게 밑도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국의 6월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줄고, 주택 건설은 10% 감소하는 등 2분기부터는 부동산 침체도 시작된 형국이다. 중국의 GDP의 약 20%를 철강 및 사회 인프라와 부동산이 담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부동산발 장기 경기 침체가 높게 점쳐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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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주가 폭락 가능성도 무시 못 해

이런 가운데 미국 증시 S&P500 지수가 내년 초에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만큼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상황을 피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금융 시장 또한 타격이 예견됐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투자분석회사 로젠버그 리서치를 이끄는 유명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지난 8일(현지 시간) 한 경제 팟캐스트를 통해 “만약 내년 1분기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지 않는다면 나는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경기 침체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데 강한 믿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어 그는 “내년 봄 S&P500 지수가 지금보다 25%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로젠버그는 “투자자들은 내년 증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과 유사하다”는 다소 파격적인 분석을 내놨다. 신용카드 대출 관련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정부 지원을 통해 탄탄한 수준으로 유지됐던 가계소비가 이젠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온라인 대출 플랫폼 렌딩트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신용카드 대출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33조원)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용카드 대출 금리는 8월 첫째 주 기준 연 20.53%로 1991년 7월 기록된 종전 최고치 19%를 갈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높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민들의 연체율도 급증할 우려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가계 경제 활동도 위축될 것이라는 게 로젠버그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