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크루즈까지 흔들린다, 자율주행차 시장에 켜진 ‘빨간불’
인명사고로 멈춰선 크루즈 로봇택시, GM은 '투자 축소' 결정 자율주행 투자 줄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한계 부딪혔나 기술·제도·윤리적 장벽에 부딪힌 자율주행 기술, 미래는 안갯속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축소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간) GM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크루즈의 자율주행 기술 실험을 중단하고, 관련 비용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GM을 비롯한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들어 자율주행 분야 투자를 축소하고, 여타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기술적·윤리적 한계에 부딪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다.
GM 자율주행 택시 인명사고, 전망 불투명해져
GM의 미래 핵심 성장 계획인 자율주행 사업을 뒤흔든 것은 ‘사고’였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봇 택시와 보행자 간 추돌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 이후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크루즈의 무인 택시 운행 허가를 취소했다. 크루즈는 미국 내 모든 무인 택시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지난 8일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950대의 차량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주에는 공동 창업자인 카일 보그트와 댄 칸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 크루즈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된 모 엘쉐나위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향후 무인 택시 서비스를 재개하면 ‘한 도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쉐나위 CEO는 “우리의 전략은 서비스를 확장하기 전에 한 도시에서 서비스를 재개하고, 그곳에서 우리의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크루즈는 당초 최소 12개의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사실상 사업 축소 발표인 셈이다.
크루즈는 서비스 중단 여파로 완전자율주행차인 크루즈 오리진의 생산도 일시 중단한다. 오리진은 운전자가 없는 6인승 차량으로, 일반 차량과 달리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엘쉐나위 CEO는 “오리진이 회사의 장기적인 계획에 포함됐지만, 당분간은 로봇 택시 서비스에 기존에 사용해 온 볼트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크루즈는 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어를 장착해 로봇 택시 서비스를 제공해 온 바 있다.
‘미래 먹거리’ 후보에서 밀려나는 자율주행
자율주행 사업 축소는 비단 GM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완성차 업계 전반이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완성차 업체의 스타트업 투자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완성차 업체의 승차 공유 및 셔틀 서비스·자율주행 분야에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는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GM, 도요타, BMW, 지리, 폭스바겐 등 5개 완성차 그룹 본사 및 본사에서 운영하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한자연 조사 결과 자율주행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온 GM을 제외한 4개 완성차 회사의 자율주행 부문 투자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올해 1.3%까지 급감했다. 불꽃 튀는 ‘투자 경쟁’이 사실상 끝난 것이다. 반면 배터리, 전동화 기술 개발 등 전기차 분야 투자 비중은 △2019년 15.9% △2020년 21% △2021년 40.7% △2022년 27.1% △올해 75.1%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완성차 회사들의 ‘미래 먹거리’ 개발 수요가 이동한 것이다.
자율주행은 소위 미래 차의 정점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현재 자율주행차는 ‘정점’에 올라서기는커녕, 기술·제도·윤리적 한계에 부딪혀 제자리에 멈춰 있는 실정이다. 상용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이익 없이 손실만이 불어나는 골칫거리 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손실과 시장 혼란에 부담을 느낀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고개를 돌리는 가운데, 자율주행 시장 침체 우려는 점차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