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자민당 파벌정치의 변화와 기시다 당정 인사의 함의

160X600_GIAI_AIDSNote
지난 9월 지지율 25%, 내각 출범 이후 최처 지지율 기록
이미지 쇄신 위해 내각 개편과 함께 당내 주요 직책 교체
내년 총재 선거 앞두고 주요 계파 중용하고 경쟁자 배제해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9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각 개편을 단행하고 집권 자민당 내 주요 직책을 교체했지만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 인사 직후 마이니치신문이 전국 유권자 1,03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각 지지율은 전월 대비 1%p 감소한 25%로 지난해 12월 기시다 내각의 최저 지지율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시다 총리가 빨리 그만둬야 한다’는 응답도 51%로 과반을 차지했다.

Kishida’s cabinet carousel_231130
사진=East Asia Forum

기시다 총리, 내년 총재 선거 앞두고 자민당 주요 직책 인사

이번 당정인사와 관련해 정치평론가들은 자민당의 주요 계파 중 일명 아베파로 불리는 ‘세이와카이’, 모테기 도시미쓰가 회장을 맡고 있는 ‘헤이세이 겐큐카이’, 아소 다로가 주도하는 ‘시코카이’ 등이 우대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헤이세이 겐큐카이의 모테기 도시미쓰는 자민당 사무총장에 재임명됐고, 시코카이의 아소 다로는 부총재에 임명됐다. 이와 함께 기시다 총리가 소속된 ‘코치카이’의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 장관도 자민당 정책연구위원장의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은 주요 보직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인선에서 스가 전 총리가 지지한 고노 다로는 다시 중용했지만 이조차도 내각 내에서 그를 견제하고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자격을 제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당정 인사가 당 내에서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자민당 총재와 총리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2기 내각 당시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으며 스가 전 총리의 핵심 지지자였던 니카이 도시히로는 이미 경쟁에서 배제됐다. 자민당의 잠재적 주자로 차기 총리 후보로 손꼽히던 이시바 시게루도 주요 보직에 임명되지 않았다. 자민당 간사장 출신의 이시바는 이번 개각에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시바가 아소 전 총리 집권 당시 총리 퇴진운동에 가담했던 것에 원한을 품고 있는 아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나눠먹기식 파벌 정치와 명분없는 정쟁은 일본 정치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실정으로 연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민당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데는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등 야당의 정치력 약화의 영향이 크다.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정치적 영향력이 크지 않고 최근 지지층을 크게 늘린 일본혁신당도 전국적인 인지도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일본의 야당들은 기시다 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도 실패했다.

아베 2기 내각과 달리 당내 지지와 계파 간 권력 균형에 초점

이번 인선은 아베 2기 내각과는 다른 통치 방식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2기 내각에서는 거의 모든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베 전 총리와 관방장관의 힘이 핵심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스가 내각 이후 총리와 행정부 간에 긴밀한 소통과 연계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들 사이에서는 팀플레이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재 기시다 내각은 스가 내각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측근들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시다에게 자주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정무비서관으로 한때 ‘그림자 총리’로 불렸던 이마이 다카야와 마찬가지로 향후 기시다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 장관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에서 네 번째로 큰 자신의 계파에서 지도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최대 계파인 시코카이파로부터 지지를 받아 장기간 정권을 유지했던 아베 총리와 달리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계파뿐 아니라 자민당의 모든 주요 계파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 기시다 정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정치의 주요한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94년 이전까지 일본 중의원에서는 선거구제(single non-transferable voting electoral system)를 운영했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복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식이다. 즉 자민당 내에서 여러 명이 출마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둘러썬 계파 간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자민당 내 계파들은 당의 주요 보직과 자금을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배정해 정권의 추종자를 형성하고 평의원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당을 장악했다.

학계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는 이후 중의원의 소선거구제(single-member district system) 도입과 정당에 대한 보조금 지급방식이 변경되면서 파벌 정치가 지배하던 자민당 내부의 흐름이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재와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를 비롯해 일부 자민당 정치인들은 계파에 소속되는 것이 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자민당에 지급되는 보조금도 총재가 평의원들, 즉 의석을 기준으로 배분하고 있어 더 이상 파벌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1994년 이전까지 자민당의 계파는 사실상 당의 주요 원동력으로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권과 자금 배분권을 이용해 강력한 공조와 추종관계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파벌 정치는 당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민당 내 계파들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주요 직책과 선거 지원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과거 아베 2기 내각은 당내 파벌 정치를 이용하면서도 주요 정치적 의제는 총리와 행정부가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었던 데, 반해 기시다 정권은 행정부가 아닌 당내 계파와 기시다 총리 간의 개별적인 권력 관계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당사자 개개인의 영향력이 축소 혹은 확대될 때마다 정치적 상황이 함께 변하면서 위기 대응에 취약해진 데다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번 인선은 당내 최대 계파인 아베파를 중용해 이들을 포용하면서도 기시다 자신과 정치적 커넥션이 있는 중립 성향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는 친위 세력은 구축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파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거세지면 점차 파벌에서 이탈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결국 파벌 제도는 힘을 잃게 될 것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문의 저자는 마사히로 모가키(Masahiro Mogaki) 게이오대학교 경제연구소의 협동연구원입니다.

Masahiro Mogaki
마사히로 모가키/사진=LinkedIn

Kishida’s cabinet carousel

Japan’s Prime Minister, Fumio Kishida, reshuffled his cabinet and key positions within the ruling Liberal Democratic Party (LDP) in September 2023, with limited impact on his overall support rate.

Kishida’s cabinet carousel

Examination by commentators has revealed Kishida’s approach to the new appointments. Among the major LDP factions — the Seiwakai faction, the Heisei Kenkyukai faction and the Shikokai faction were given favourable treatment. Heisei Kenkyukai faction leader Toshimitsu Motegi was reappointed as LDP Secretary-General and Shikokai faction leader, Taro Aso, was as LDP Vice President.

The new appointments within the LDP secretariat reflect Kishida’s desire to exert firm control over his party. Former deputy chief cabinet secretary Seiji Kihara was appointed as a Special Assistant to the LDP Policy Research Council Chairman.

Those close to former prime minister Yoshihide Suga secured only a few significant positions. Even the reappointment of Taro Kono has been widely regarded as a move to contain Kono within the Cabinet, limiting his ability to run in the 2024 LDP presidential contest.

Kishida is positioning himself as a contender for the post of the LDP president and prime minister in the upcoming election. Toshihiro Nikai, a powerful LDP secretary-general during the second Shinzo Abe administration and a key supporter of Yoshihide Suga, has been sidelined. Another former LDP secretary-general, Shigeru Ishiba, a potential prime ministerial candidate, was not appointed to a key position. This is despite his potential to change the public’s impression of the new appointments and improve the Kishida administration’s support rate. This decision is reportedly influenced by Aso, who holds grudges against Ishiba for disloyalty during Aso’s premiership.

Japan’s weak opposition parties enhance Kishida’s approach. Kishida’s stagnant support rate has not been significantly leveraged by  Japan’s largest opposition party, the Constitutional Democratic Party. The Japan Innovation Party has significantly increased its support base, but has not established a strong national profile. The opposition parties have failed to form a unified front against the Kishida administration.

Kishida’s new appointments can reveal an approach to governance different from that of the second Abe administration. Under the second Abe administration, the power of Abe and the Kantei (Prime Minister’s Office) was a key factor in their domination of policy-making processes.

The Kantei under the subsequent Suga administration looked different. Its prime ministerial executive seemed to be independently connected to Suga. Members of Suga’s Kantei left little evidence of their effectiveness as a team.

Kishida’s Kantei exhibits similarities to Suga’s. Observers suggest that Kihara has exercised significant influence over key policy-making processes, akin to Abe’s executive secretary, Takaya Imai. Politicians close to Kishida frequently advise Kishida on important issues.

Unusually, Kishida has retained the leadership of his own Kochikai faction — the fourth largest in the LDP. Unlike Abe, who enjoyed the support of the largest LDP faction — the Shikokai Faction — Kishida needs the support of all major LDP factions, in addition to his own.

Before 1994, Japan’s House of Representatives used the single non-transferable voting electoral system. Under this system, LDP factions dominated the Party’s internal politics, forming clientelist groups and controlling rank-and-file members by supplying funds and allocating government and LDP posts.

Many researchers and politicians have argued that LDP internal politics, once dominated by the factions, has changed with the introduction of the single-member district system in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and political party grants. A growing number of LDP politicians, such as Sanae Takaichi, who competed with Kishida in the 2021 LDP Presidential contest, are choosing not to join a faction, as they likely find no substantial benefit in doing so. The LDP’s funding is now allocated to the rank-and-file by Kishida.

LDP factions today differ from those before 1994, which supplied appointments and funds through robust clientelist relationships as the Party’s main driving force. Now they seem to focus on appointments and electoral support with less strong networks, although the factions sometimes offer limited financial support.

Though the second Abe administration paid attention to LDP factional politics, its key agenda appeared to be firmly controlled by the Kantei. Reports on the Kishida administration and political developments today focus on power relations between LDP factions and Kishida himself, not the Kantei.

This coincides with the change in the influence of actors. Understanding the nature of Kishida’s administration is crucial to understanding the key developments in Japanese politics today.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