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싸다” 청약통장 해지 급증, 청년들도 내 집 마련 포기하며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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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돼도 돈 못 내서 소용없다" 실수요자 청약통장 해지 증가
분양가 뛰고, 부동산지수는 미끄러지고, 미분양 매물은 쌓인다
먼지 쌓이는 청년 우대 청약상품, 기약 없는 '내 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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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가 급격히 상승하며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시세 수준까지 치솟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어 ‘당첨’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기준 청약통장 총가입자 수는 2,713만6,195명으로 올 초 대비 60만 명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은 실수요자는 물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가야 할 청년층마저 청약통장에서 손을 놓으며 관련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어차피 침체기인데” 청약 손 놓는 실수요자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전월 대비 6.16% 상승한 3,41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4% 상승한 수준이다. HUG는 “서울 분양가는 전월 통계에 포함된 중랑구 사업장이 제외되고, 마포구와 성동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사업장이 추가되며 분양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 역시 청약 통장 해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약 당첨자는 일반적으로 2년 뒤 실입주한다. 향후 주택 시장 침체가 전망될 경우 당장 청약이 당첨돼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 부동산 심리지수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1.9로 전월(111.1) 대비 9.2P 감소했다. 20·30세대의 아파트 구매 비중도 30%를 하회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방의 경우 쏟아져 나오는 미분양 매물로 굳이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토부에 의하면 10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299가구로 집계됐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10월에 1만 가구를 넘어섰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는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의 경우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마이너스피)이 붙은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는 형국이다.

집도 차도 포기하는 청년들, 청약은 무의미하다?

청년층 역시 청약통장을 외면하는 추세다. 청약에 당첨된다고 해도 부모 지원 없이 고가의 분양 대금을 납입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에 내 집 마련이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자, 아예 청약을 포기하고 부모와 합가하는 청년들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연구원이 작년 청년 4,032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중 76.3%는 ‘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 기존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각종 우대금리·비과세 혜택을 추가한 ‘청년우대형 청약종합저축’ 수요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신규좌수는 2018년 신설 후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넘어온 ‘대환 수요’로 인해 2020년(15만8,519개)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후 2년 연속 내리 감소해 2022년 9만344개까지 줄었다. 청년들에게 청약은 더 이상 ‘꿈의 사다리’가 아닌 셈이다.

요즘의 청년들에게 ‘포기’는 일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말 62만8,603대에 달했던 서울시 20·30대 보유 차량 대수는 지난해 33만6,212대로 약 46.5% 급감했다. 19~34세 인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 비율도 2017년 21.1%에서 작년 13.8%로 쪼그라들었다. 집도, 차도 포기한 청년들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다리’들을 외면한 채, 오늘도 볕이 들지 않는 작은 원룸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