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에 전세 수요 ‘발 동동’, 고개 드는 깡통 전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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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전국 2만8,139가구 집들이 예정
이사철 앞두고 비상 걸린 전세 시장
1년 사이 전셋값 50% 치솟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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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이달과 비교해 40%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전셋값 오름세가 입주 물량 급감, 3월 이사철 도래와 맞물려 상승 폭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동시에 임대차특별법 적용 전세계약들이 만료되는 하반기부터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앞지르는 깡통 전세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모습이다.

광주, 대전 등 제외 전국 입주 물량 감소

26일 부동산 정보분석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오는 2월 입주를 앞둔 전국 아파트는 총 54개 단지 2만8,139가구(임대 포함)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예정된 월평균 물량인 2만7,678가구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달(4만246가구)과 비교해서는 1만2,000여 가구 줄어든 수치다.

수도권 2월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4,383가구로 경기(1만1,430가구)가 가장 많았고, 인천은 2,360가구, 서울은 593가구에 그쳤다. 경기도는 양주시와 수원시, 평택시 등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의 입주와 공공주택 물량이 입주를 앞둔 반면, 서울에서는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e편한세상고덕어반브릿지가 유일하게 입주 단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의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3,756가구로 광주가 3,067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전(2,427가구), 경남(1,914가구), 충남(1,809가구) 등 순을 보였다. 이 가운데 광주와 대전은 각각 2022년 9월(3,093가구), 2021년 11월(6,134가구) 이후 최대 입주 규모를 기록했다.

광주와 대전, 대구, 충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달보다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이사철을 앞둔 전세 임차인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3월부터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 수요 증가가 예상되나, 내달 입주 물량이 전월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신축 단지의 희소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금리와 대출 제한 등을 이유로 매매보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고 있어 전셋값 상승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풀이했다.

‘떨어지는 칼’ 피하려는 수요자들, 전세 시장으로 선회

전세 수요 급증과 가격 상승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94.2로 지난해 12월 4일(94.5) 이후 8주 연속 하락했지만, 전세가격 지수는 87로 지난해 5월 29일(83.6) 이후 35주 연속 상승세를 거듭했다. 전세 물량도 꾸준히 감소 중이다. 부동산 정보분석 기관 아실에 의하면 26일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5,032건으로 1년 전(5만2,358건)과 비교해 33% 넘게 감소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임대차 특별법 시행 4주년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 특별법은 임차인이 원하면 최초 2년 계약에서 2년을 더해 최장 4년간 임대차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계약 연장 시에는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했다. 해당 법 시행 이후 전세 계약을 체결해 최대 4년간 집을 임대한 소유주들은 새로운 계약에서 향후 4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것을 감안해 처음부터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많게는 수억원씩 치솟는 사례가 속속 포착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엘스(전용면적 84㎡)는 이달 8일 12억5,000만원에 새 임차인을 들였다. 지난해 2월 같은 동 동일 면적이 8억5,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불과 1년 사이 50%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매매가-전세가 격차, 역전 우려까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셋값 상승 압력이 매매가 하락과 맞물려 이른바 ‘깡통 전세’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통상 전세가는 집값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는데, 반대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매매가가 전세가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보다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기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매매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이사를 앞둔 수요자들이 매수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처럼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도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부터는 임대차법 시행 후 계약들이 속속 만료되면서 전셋값 상승 폭도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