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호재는 남 얘기, ‘코인마켓’ 거래소의 눈물

160X600_GIAI_AIDSNote
극심한 영업난에 폐업 택하는 코인마켓 증가
결정적 원인은 2021년 9월 VASP 신고제 도입 
원화마켓 진입 못하면 사실상 수익 내기 어려워
probit_VE_20240222
사진=프로비트 홈페이지 캡처

비트코인 가격 급등 등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코인마켓 거래소에는 먹구름만 가득한 실정이다. 업체 대부분이 영업난에 따른 완전 자본잠식 등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코인마켓만 벌써 4군데에 달한다.

코인마켓 거래소 50%, 수수료 매출 ‘제로’

최근 영업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하는 코인마켓 거래소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캐셔레스트의 영업 종료를 시작으로 코인빗, 후오비코리아 폐업에 이어 지난 20일 프로비트도 폐업을 결정했다. 한때 업계 4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프로비트는 2019년 김앤장 변호사 도현수 오션스 대표가 창업한 거래소다. 사전 준비 기간만 2년을 들여 전체 가상자산의 70% 이상을 콜드월렛(망분리로 네트워크와 차단된 하드웨어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지갑)에 저장·관리하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21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가상자산 사업자 대상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사업 활동을 펼쳤던 곳이다.

업계는 앞서 폐업한 4곳 외에도 코인마켓 다수가 줄폐업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 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의 절대적인 수입원인 거래량이 사실상 없는 상태로 적자만 누적되고 있는 곳들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21곳의 코인마켓 사업자 중 10곳의 거래 수수료 매출이 0원으로 집계됐으며, 18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원화마켓 일평균 거래금액은 2조9,000억원(약 21억8,702만 달러)인 데 반해 코인마켓은 10억원(약 75만 달러)에 불과했다. 코인마켓 사업자 중 일평균 거래금액이 100만원(약 750달러) 이하인 곳도 5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tcoin_VE_20240222

높은 원화마켓 진입 장벽에 쓰러지는 코인마켓들

코인마켓의 사세가 꺾인 결정적인 원인은 2021년 9월 도입된 VASP(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다. 이전까지는 법인 계좌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원화를 입금받는 이른바 ‘벌집계좌’ 형태로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었으나, VASP 신고제 도입 이후에는 원화마켓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를 획득하지 못해 코인마켓만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에 그간 코인마켓들은 투자 유치 또는 모회사의 지원 등을 통해 버텨왔다. 은행과 실명계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원화마켓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을 타개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비관론이 커졌다. 더욱이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앞두고 은행들은 코인마켓들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에 대한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가 금지되는데, 금융당국의 감독 예고에 은행들은 우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코인마켓 사업자들은 돈이 몰리는 원화마켓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코인마켓에서 원화마켓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약 2년 전인 2022년 4월 고팍스 이후로는 FIU로부터 원화마켓 변경 신고를 승인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어렵게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금융 당국의 서슬퍼런 심사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까지 마친 한빗코도 결국 이 때문에 원화마켓에 진출에 실패했다. 금융당국의 현장검사에서 기관주의 및 19억9,420만원(약 150만 달러)이라는 역대급 과태료를 맞은 한빗코는 최근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으며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버티고 있는 업체들도 오는 9월이면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VASP 신고 유효 기간은 3년으로, 올해 9월부터는 대다수 업체가 갱신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요건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VASP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