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기대 이하’ 성적표 받아든 APR, 결국 또 공모주 거품인가
상장 첫날 27% 상승한 APR, 시장 기대 꺾였다 이튿날까지 꾸준히 하락세, 'IPO 대어' 위상 어디에 "IPO 흥행은 시장 이상과열로 인한 거품" 비판 여론 형성돼
올해의 첫 ‘IPO 대어’로 꼽힌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APR)이 상장 첫날 ‘따블(Stock Price Doubles)’에 실패했다. 상장 당일인 지난 27일, APR은 공모가(25만원) 대비 27%(6만7,500원) 상승한 3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46만7,500원 선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장중 지속적으로 미끄러진 결과다. APR이 이렇다 할 반등의 조짐 없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APR의 IPO(기업공개) 흥행이 그저 IPO 시장 내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 중 일부일 뿐이라는 비판적 분석이 흘러나온다.
APR, 호실적 타고 IPO 흥행 성공
올해의 첫 조(兆) 단위 ‘IPO 대어’로 주목받은 APR은 기관 수요예측·일반 청약에서 줄줄이 흥행에 성공, 시장 기대감을 키워온 바 있다. 이달 초 진행된 APR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663대 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허수성 청약’이 금지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14만7,000원∼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약 187달러)으로 확정됐다. 지난 14~15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은 1,1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약 14조원(약 105억 달러)에 달하는 증거금을 모으기도 했다.
IPO 흥행의 근본적인 배경은 ‘호실적’이었다. APR의 2023년 3분기 매출은 1,219억원(약 9,100만 달러) 영업이익은 219억원 수준이었다. 1~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3,718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특히 시장은 APR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전체 영업이익(392억원) 대비 78%가량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정용 미용 기기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 등을 필두로 한 폭발적인 이익 성장세가 투자자 이목을 끈 것이다.
실제 메디큐브 AGE-R은 올해 1~3분기에만 미용 기기 75만 대를 판매, 지난해 1년 동안의 판매량(60만 대)을 가볍게 뛰어넘은 바 있다. 같은 기간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1,437억원)의 96.5%를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 내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제로모공 패드’를 비롯한 메디큐브의 화장품 제품 역시 높은 판매량을 기록,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글램디 바이오 등 여타 APR 산하 브랜드와 함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장 기대 밑돌았다” 미끄러지는 주가
APR의 청약 성적표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상장 후 주가 상승에 기대를 싣기 시작했다. APR이 공모가 대비 4배 상승(따따블)에 성공, 올해 첫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초고가주)에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될 정도였다. 하지만 증시 입성 이후 APR의 행보는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반짝 상승세를 기록한 뒤 주가가 미끄러지며 ‘따블’에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APR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R의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은 기존 주주 보유 주식 249만1,311주로, 공모 주식의 8배에 달했다. 이는 전체 주식 수의 37% 수준이다. 이에 더해 1개월 후에는 11.53%, 2개월 후엔 11.68%의 물량 보호예수가 풀린다. 차익 실현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주가가 미끄러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편 APR은 상장 이튿날인 28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APR 주가는 28일 오후 2시 17분 기준 29만7,000원 선에 형성돼 있다. 상장 첫날 종가 대비 2만500원(-6.46%) 하락한 수준이다. APR이 이렇다 할 반등의 조짐 없이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APR의 주가가 이대로 공모가 수준까지 미끄러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IPO 시장 덮친 이상과열, 공모가 거품 주의보
일부 전문가는 APR의 IPO 과정에서 발생한 ‘거품’이 상장 후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PR의 IPO 흥행은 IPO 시장 내 이상과열 현상의 일부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IPO 시장 ‘따따블’ 행렬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뒤흔들고 있다. 아직 시장을 옥죄는 고금리 압박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IPO 시장 내에서만 기형적인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공모주 중 대다수의 주가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급락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1일 코스닥에 상장한 이차전지 안전 솔루션 전문 기업 ‘이닉스(INICS)’의 경우, 상장 첫날 공모가(1만4,000원) 대비 165% 상승한 3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상장 이튿날인 지난 2일에는 주가가 8.63% 급락해 3만3,90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날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코스닥에 입성한 레이저옵텍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8,615원) 대비 100.23% 오른 1만7,25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이튿날인 지난 2일에는 하루 만에 18.26% 급락하며 1만4,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APR의 상황은 이들 종목보다 한층 심각하다. 상장 첫날의 ‘반짝 상승세’가 채 하루도 버티지 못한 채 꺾였기 때문이다. 오버행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차후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할 가능성도 작다. 시장 일각에서는 IPO 시장 과열 여론을 따라 APR 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