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흥행의 관건은 구주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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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공모금액 7,423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 3조대 전망
890만 공모주 가운데 50%인 445만주가 KKR 구주매출
고평가 논란, 구주매출 비중 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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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GR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공모금액 7,423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로 상장후 몸값은 3조7,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주매출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5년 안에 매출 2배 성장 전망”

최근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총 890만 주를 공모한다. 신주발행 445만 주, 구주매출 445만 주로 구주매출은 2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지분을 내놓는 방식이다. 주당 공모가액은 7만3,300원∼8만3,400원이며, 공모 예정액은 6,524억∼7,423억원이다. 최종 공모가는 기관투자자들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뒤 정해지며 일반 청약은 이달 25∼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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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CES 2024’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의 해양 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16년 HD현대중공업의 에프터서비스(AS) 사업을 분리해 설립됐다. 선박 유지·보수(AM)사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5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초기 영업이익 546억원에 비해 약 4배 늘어난 규모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개조, 디지털 솔루션, 벙커링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의 통합 유지·보수부터 개조, 디지털 솔루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일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사장은 “5년 안에 매출이 현재의 2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에서는 고평가 논란, 비중 높은 구주매출, 중복상장 등이 흥행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후 시가총액을 3조원대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기업가치 산정 때 무리하게 비교 기업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당사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진 기업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구주매출도 회사가 아닌 KKR에 자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회사의 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 뒤 중복상장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2대 주주 ‘KKR’ 구주매출 설정, 엑시트 의지 강해

실제 IB업계에서는 KKR의 엑시트를 위한 구주매출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KKR의 구주매출은 전체 공모주의 50%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상장한 LS머트리얼즈, DS단석, 현대힘스, 에이피알 등의 구주매출은 각각 351억원, 420억원, 254억원, 175억원으로 5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3조원대 몸값을 감안하면 KKR의 구주매출 규모가 3,47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KR은 38%의 지분을 확보해 6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KD현대에 이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KKR은 IPO 초기 단계부터 증권사들에게 영문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별도로 요구하는 등 강력한 엑시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IB업계에서는 KKR의 엑시트 규모에 IPO 흥행 여부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PO 공모 과정에서 조 단위 몸값을 내세웠던 기업의 구주매출에 대해 가혹한 평가가 이어진 데 따른 평가다. 지난해 구주매출 100%를 추진한 서울보증보험, 2022년 각각 46%, 50%의 구주매출을 설정했던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시장 참여자들이 대규모 구주매출을 소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했고 결국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게다가 KKR의 최근 포트폴리오 성적이 좋지 못해 높은 구주매출 비중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KKR가 웰링턴 매니지먼트 등과 2,400억원을 투자한 무신사의 경우 몸값이 지난해 약 3조5,000억원에서 올해 초 장외가 기준 1조9,000억원으로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태영그룹도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에코비트의 공동매각을 요청하며 아직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회수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상장 후 6개월간 잔여지분 24.2% 매각않기로 협약

한편 KKR의 상장 후 잔여 주식 소유 비율은 24%로 예상된다. KKR은 해당 지분에 대해 6개월간 매각하지 않기로 거래소에 확약서를 제출했다. 또한 KKR은 투자 기간이 1년을 경과한 만큼 의무 보유 적용 대상 주주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추가 동행을 약속했다. 주가 변동성이 극심한 상장 초기 유통 물량을 제어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판단이다. 확약서에 따르면 KKR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한 이후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잔여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 HD현대 입장에서는 최대한 오래 KKR을 붙들어야 시장 충격을 덜 수 있다.

지난 2021년 HD현대는 KKR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 ‘글로벌 베셀 솔루션(Global Vessel Solutions, L.P.)’에 지분 38%를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6,534억원으로 당시 KKR에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IPO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투자금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공모 가격이 정해질 경우 차액을 보상해 주겠다는 일종의 원금 손실 보장 옵션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IPO 시기를 당초 약속했던 2026년에서 2년 앞당겼다. 현재 희망 공모가를 감안할 때 KKR은 최대 1조2,700억원을 회수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라도 6개월에 추가로 몇 개월 더 의무보유를 약속해 주기도 하는데, KKR이 잔여 지분의 매도 제한 기간을 6개월로 약속한 것은 구주매출 물량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장 후 KKR의 지분이 기존 38%에서 24.2%로 낮아져도 여전히 HD현대 다음으로 최대주주다.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은 KKR의 지분을 받아낼 다른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해 오버행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협상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로는 배당이 꼽힌다.

IB업계에서는 당초 KKR이 HD현대와 약속한 상장 기간이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SI를 찾는 것이 지연될 경우 KKR을 배당으로 달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후 3년간 50%~70% 수준의 배당 성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 지급한 배당금도 70% 수준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여기에 추가로 KKR의 투자금 회수 기간을 늦추기 위해선 주가 부양책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로 거둘 수 있는 이익에 프리미엄을 더 얹어 주려면 주가 상승이 가장 주요하다”며 “주가가 오른다면 KKR도 단기간에 팔고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