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거듭하는 자동차보험 ‘양극화’ 문제, 기우뚱한 중소형사에 소비자 불안도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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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로 쏠리는 고객들, 자동차보험 점유율 양극화 심화
보험료 인하 움직임에 끌려다니는 중소형사들, "영업환경 더 어려워졌다"
2023년에도 2022년에도 반복된 양극화 문제, 손보업계 관통하는 '불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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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양상이 이어지면서다. 현재 자동차보험 가입자 7명 중 6명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4대 대형손보사 상품을 선택했을 정도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자동차보험 양극화 심화, 대형사로 ‘쏠림 현상’

18일 손보업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3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 등 대형사의 시장 점유율은 85.3%로 전년 대비 0.4%p 상승했다. 반면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중소형 5개사의 비율은 8.4%로 전년 대비 0.5%p 하락했다. 악사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텔레마케팅(TM)과 온라인(CM) 채널의 판매 비중이 절대적인 비대면전문사도 6%대에 머물렀다.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양극화 현상은 더욱 가파르다. 중소형사는 지난 2020년 10.0%로 겨우 두 자릿수 점유율을 나타낸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대형사와 10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동기간 비대면전문사는 1%p가량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대형사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처럼 대형사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건 규모의 경제가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제2장 제6조에는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수 있고 그 경영하려는 보험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과 전산 설비 등 물적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것, 이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업무의 일부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그 위탁한 업무와 관련된 전문 인력과 물적 시설을 갖춘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즉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려면 사고조사인력, 손해사정인력 등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뜻인데, 이로 인해 가입자가 한 명이든 수천 명이든 업체는 고정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가입자가 많은 대형 손보사일수록 가입자당 고정비용의 비중이 줄어들어 비용 부담이 덜하다. 또 여기에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 상품 개발 비용 등 추가 지출도 만만치 않아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형사의 보험료 인하 움직임도 중소형사에 악재로 돌아왔다. 대형사가 보험료를 내리면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소형사는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료를 같이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하는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사고가 발생해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업계는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대형 4개 손보사는 80% 미만의 손해율을 기록했으나 중소형사는 손해율이 100%를 상회했다. 결국 지난 2월 인하된 보험료가 본격적으로 손해율에 반영됨에 따라 올해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소형사의 영업환경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3년에도 양극화 문제, “소비자 권익 하락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양극화 문제가 제기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음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단 점이다. 실제 지난 2023년에도 업계에선 비슷한 언급이 쏟아진 바 있다. 당시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중소형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하나손해보험이 89.9%, 악사손해보험이 88.8%, 흥국화재가 85.4%, MG손해보험이 82.8% 등이었다. 이때도 대형 손보사 빅4(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가 지난달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이 77.2%를 기록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양상이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도 업계에선 대형사 위주의 자동차보험 시장이 형성되며 소비자 권익이 하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소형사가 축소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그만큼 좁아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보험사 위주로 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시장에서 보험료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며,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적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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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거듭하는 위기론, 소비자들도 ‘불안’ 증폭

2022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손보업계를 가른 건 국내 사회를 강타한 집중호우 사태였다. 당시 손보업계는 전반적인 손해율 상승 시기를 겪었다. 집중호우 여파가 컸던 탓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시작된 당해 8월 8일부터 18일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집중호우 관련 차량 피해 건수는 1만1,685건으로, 추정 손해액은 1,637억1,000만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 침수 피해액이다. 이에 당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1개 손보사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전월 대비 2%p 상승했다.

파장이 컸다 보니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 5개사 또한 손해율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여파에 비해선 손해율이 선방한 수준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상위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당시 82% 정도였다.

반면 중소형 손보사들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 AXA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중소형 손보사들의 지난달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3.6%로 대형 5개사에 비해 11.6%p나 높았다. 대형사들은 중소형사에 비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사고가 발생해도 분모가 큰 탓에 손해율이 크게 오르지 않지만 중소형사들은 가입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손보업계 양극화 문제에 소비자들의 불안도 높아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