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월 소비자물가 둔화에 다시 불붙은 ‘금리 인하’ 기대감, 3대 지수도 사상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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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PI 둔화에 연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다시 대두
뉴욕 3대 지수 역대 최고치, 월가 9월 금리 인하 '베팅'
여전히 높은 주거비, 기대 인플레 수치 등 '낙관론' 경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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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개월 만에 둔화세로 돌아섰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금리 인하 확률이 75%로 확대되는 등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미국 3대 증시가 일제히 역대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다만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 수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금리 인하에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월 대비 0.3% 하락

15일(현지시각)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4%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월인 3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시장 전망치 0.4%를 소폭 하회했고, 전년 대비로는 월가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CPI는 지난 1월 3.1% 상승한 이후 2월(3.2%), 3월(3.5%) 등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올해 처음으로 꺾였다. 미국 노동부의 보고서를 보면 이번 CPI 둔화는 가스와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6% 각각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가 예상치에는 부합했지만, 3월(0.4% 상승)에 비해선 상승폭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년 대비로는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올 초 3%대 후반에서 고착화 현상을 보이다 이달 처음으로 중반대로 떨어졌다. 1월 3.9%, 2~3월 3.8%를 이어가다 이달 3.6%까지 하락한 것이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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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소폭 둔화에 9월 금리 인하 기대 확산

이에 월가의 초점은 올해 금리 인하 ‘유무’에서 ‘시점’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 1~3월 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계속 웃돈 탓에 그동안 시장에선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꺾인 상태였다.

투자자들도 금리 인하에 베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75% 가까이 반영 중이다. 전날 마감 수치는 65%였다.

여기에 미국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지표인 소매판매 역시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7,052억 달러(약 949조원)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0.4%)는 물론 전월 실적(0.6%)도 크게 하회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으로 종합적인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그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가계 지출이 압박을 받으면서 미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분석됐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뉴욕 3대 지수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7% 오른 5308.15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가 종가 기준 5,300선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0% 상승한 1만6,742.39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8% 오른 3만9,908.00에 각각 마감됐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S&P500지수는 23번째, 다우지수는 18번째, 나스닥지수는 8번째로 각각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이로써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국채 금리도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들썩였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0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4% 선에서, 2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bp 내린 4.72% 선에서 거래됐다.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여전히 끈적한 물가, 금리 인하 낙관 이르단 분석도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금리 인하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히 연준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보다 물가가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둔화하긴 했으나 CPI는 1월(3.1%·전년 대비)과 2월(3.2%), 3월(3.5%) 연속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3%대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끈적한(sticky)’ 모습이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표가 지속적으로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대표적으로 임금과 고용 부문의 경우 둔화가 계속돼 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으나, CPI의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관련 비용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에 의하면 4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17만5,000명 증가에 그치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4만 명 증가를 밑돌았다. 평균 임금 상승률도 전년 대비 3.9%로 2021년 6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에 3월 주거비 상승률은 5.6%로, 지난달 WSJ가 전망한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주거비 상승률(3.5%)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5일(현지시각) 공개한 4월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꺾는다. 뉴욕 연은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1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3.26%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3.36%) 이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미래 인플레이션이 높다고 예상될 경우 현재 재화와 노동시장에 영향을 끼쳐 장기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여기에 같은 날 발표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역시 전월 대비 0.5%로, 전문가 예상치(0.3%)를 웃돌면서 연준의 행보에 제약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