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인데 이자 부담만 눈덩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지식산업센터
집값 상승기 지식산업센터 투자 급증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공급 과잉에 공실 급증
금감원, '새로운 부실 뇌관' 우려 "점검 나선다"
전국 일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평택의 경우 ‘삼성전자 효과’로 투자가 기대됐던 곳이지만 최근 마이너스 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 매물이 넘쳐나고 있는 데다, 공실도 쌓여가고 있다. 임대료도 큰 폭으로 낮아져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평택 고덕신도시 지신산업센터, 공실률↑
17일 평택시 고덕신도시 지식산업센터 밀집지역에 있는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대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공실이 넘치고 있다. 밀집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했다는 지식산업센터는 입주율이 60% 수준이다. 고덕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에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호실을 다 채우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임대를 놓아봐야 손해라 차라리 정리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식산업센터 임대료는 20평을 기준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약 8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한참 비싸게 세를 놨을 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20만원까지도 치솟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지식산업센터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고덕면 해창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밀집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했다는 지식산업센터는 입주율이 60% 수준이지만 최근 막 지어져 입주를 시작한 곳은 입주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덕신도시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삼성전자가 투자에 속도 조절을 하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자 삼성전자는 슬로우다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경우 P1~P6까지 예정돼 있는데 현재 P3까지는 거의 완성이 됐고 P4와 P5 건설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변화가 좀 있었다”며 “현재 메모리 쪽이 수요가 많고 업황이 나은 상황이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보다 메모리 쪽에 비중을 조금 더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시 일대 지식산업센터의 부진한 상황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기도에서 나온 지식산업센터 경매는 모두 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보다 60건(352.94%) 증가했다. 매각 건수도 28건으로 같은 기간 6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평택으로만 좁히면 지난달 기준 경매 진행건수는 2건에 불과한,데 이는 아직 경매까지 이어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직 최악의 상황에 치닫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부진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향후 매각건수 등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경매 수치도 뚝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는 고덕신도시 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3~4년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건설사 역시 분양이 잘 되다 보니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을 대폭 늘렸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나 역세권 일대 건립된 지식산업센터는 도심 인근 건물에 첨단지식산업의 수직적 집적이 가능하다 보니 임대수익 및 매각차익을 기대하는 수요 유입이 신규 건립 확대로 이어졌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누적)는 총 1,529곳으로, 지난 2020년 4월보다 무려 31%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지식산업센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은 늘어났지만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공실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지식산업센터의 대량 공급 후폭풍은 올해 들어 관련 상품의 경매 수치로 현실화하고 있다.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임의경매 매각(건)은 1월 29건에서 2월 18건, 3월 12건으로 줄었다. 같은 시기 매각률(%)은 37.18%에서 24%, 다시 14.46%로 낮아졌다. 낙찰가율인 매각가율(%) 수치도 69.62%, 72.66%, 60.25%로 점차 위축되는 모습이다. 응찰자 수는 2.62명, 2.5명 2.42명으로 응찰 관심도 저조하다.
지식산업센터는 실거래 시장에서도 저가 매각이 속출하고 있다. 산업부동산이 조사한 최근 하락폭이 큰 지식산업센터를 살펴보면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의 ‘창원지식산업센터’ 전용 169.25평은 올해 2월 16일 직전 거래보다 10억4,701만원(-62.3%) 하락한 6억3,299만원에 2월 26일 거래됐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에이스 가산타워’ 전용 56.13평은 올해 2월 21일 8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2년 4월 12일 직전 거래 대비 39%(-5억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금감원, ‘애물단지’ 지식산업센터 대출 점검
이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소유주들은 세 없이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금리마저 인상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불어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분양권을 팔려고 해도 거래 자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3,39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도 많아졌다.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등을 포함하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3만9,059건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했을 때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한 지식산업센터 대출이 새로운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출 규모와 연체율 등을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식산업센터 대출 실태를 파악한 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