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6월 금리 인하 시사, 유럽펀드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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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위원들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 잇단 발언
금리 인하 기대에 유럽펀드 수익률 印·日 추월
경기 침체 불안감 해소 평가, 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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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1999~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출처=유럽중앙은행(ECB)

유럽중앙은행(ECB) 주요 위원들이 연이어 내달 6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비롯한 각종 경제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조정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판단에서다. 임금인상률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ECB, 6월 금리 인하 유력 시사

27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올리 렌 ECB 집행위원 겸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2% 목표에 수렴하고 있다”며 “따라서 6월에는 통화 정책 기조를 완화하고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상황을 제외한다면 현재로서는 최고 수준의 제한 조치(금리 정책)를 해제할 만큼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CB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이유는 소비자물가와 임금이 완만한 둔화세를 보여서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4%로 집계돼 7개월 연속 3% 미만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2.9%로 반등한 이후 안정세를 되찾으면서다.

올해 1분기 유로 지역 임금인상률은 전년 동기 대비 4.7%로 집계돼 직전 분기(4.5%)보다 소폭 뛰었다. 렌 위원은 유로 지역 임금 상승률에 대해 “지난해 5% 이상이었다가 2024년에는 4.5~4.7%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가 내달 6일 예정된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주요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현재 ECB 기준금리는 연 4.00%로,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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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럽중앙은행(ECB) 홈페이지

유럽펀드 수익률, 일본·인도 앞질러

ECB 주요 인사들이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예고한 가운데 최근 한 달간 유럽펀드 평균 수익률이 인도와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 지역 펀드 40종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4.35%로 집계됐다. 이 기간 북미를 제외한 주요 지역 펀드인 일본(2.86%), 인도(2.37%), 중국(4.09%)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북미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44%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럽펀드는 전 세계 대세 상승장 속에서도 소외됐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31%로 인도(24.93%), 북미(17.67%)와 일본(13.64%), 베트남(15.09%)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극적으로 반등한 것이다.

상품별로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배당3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 수익률이 13.06%로 가장 높았고, ‘한화유럽대표증권자투자신탁(UH)(주식-재간접형)A클래스'(10.48%), ‘키움KOSEF독일DAX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8.80%), ‘슈로더유로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종류W'(8.71%), ‘베어링독일증권자투자신탁[H](주식-재간접형)ClassC-W'(7.43%) 등이 뒤를 이었다.

올 2분기 이후 박스권(4,890~5,100p) 양상에 접어들었던 유럽 증시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도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지난 2일부터 27일까지 3.45% 올랐다. 같은 기간 독일 DAX40, 프랑스 CAC40 역시 각각 4.91%, 2.75% 상승했다.

경기 침체 끝났나, 경제 개선 기대감 반영

이같은 유럽 증시 호조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유로존 4월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7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12월(47.6)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특히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파리 증시 상승은 유럽 경제 회복세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영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주식시장도 경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파격적인 감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국민들의 소비 심리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유럽은 지난 3개월 동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으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며 “유로 지역 경제에 드리운 구름은 걷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EU집행위원회는 ‘2024 춘계 경제전망’에서 “2024년 성장률을 0.8%로 예상한다”며 “올해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발표된 이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서는 절반 이상 상승 폭이 축소된 수준이다.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ECB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행위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은 주로 비(非)에너지 상품, 식료품 부문이 이끌고 있다”며 “에너지 물가와 서비스 물가 상승은 임금 압박 완화와 함께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