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보다 휴·폐업이 많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 가라앉는 부동산 중개업계
지난 5월 부동산 중개업소 1,241곳 휴·폐업 선택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침체 흐름, 공인중개사 시험 열기도 식어
"수도권은 희망 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에 업계 희비교차
부동산 중개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중개업소 휴·폐업 건수가 신규 개업 건수를 뛰어넘으며 업계의 침체 기조가 뚜렷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차후 부동산 시장의 업황 변화에 따라 각 지역별 중개업계의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줄줄이 문 닫는 공인중개업소들
2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중개업소는 889곳에 그쳤다. 이는 월별 기준 올해 최저치이자, 전월(921곳)과 전년 동월(1,096명) 대비 각각 3.5%, 18.9%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휴·폐업을 택한 중개업소는 1,241곳(폐업 1,124곳·휴업 117곳)으로 신규 개업 수를 대폭 웃돌았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 부동산 중개 업계는 좀처럼 침체 기조를 떨쳐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전국 17개 지역구 중 신규 개업보다 휴·폐업이 많이 발생한 지역은 14개에 달했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총 300곳(폐업 285곳·휴업 15곳)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다. 경기도의 경우 휴·폐업을 택한 업소가 304곳(폐업 284곳·휴업 20곳)에 달했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각각 83곳과 66곳의 휴·폐업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각 지역의 신규 개업(부산 62곳·대구 41곳) 수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올해 들어 △1월 11만5,040명 △2월 11만4,857명 △3월 11만4,596명 △4월 11만4,350명 등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인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달 11만4,072명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전월(11만4,350명) 대비 278명 감소한 수준이자, 2021년 5월(11만3,982명) 이후 최저 수치다. 영업 중단 공인중개사들이 늘면서 매물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중개사무소 매매(양도) 게시판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올라온 중개업소 매물은 25일 기준 2,739건에 달했다.
부동산 중개업계, 2023년부터 ‘휘청’
부동산 중개업계의 침체 기조가 본격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부동산 거래 절벽 문제가 본격적으로 심화한 지난해부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휴·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총 1만5,817개(폐업 1만4,379곳·휴업 1,438곳)으로 2019년(1만6,749곳)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일 공인중개사무소 43곳이 발을 빼거나 사업을 잠시 중단한 셈이다.
업황이 식으며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역시 급감했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는 당시 부동산 시장·중개업계 업황에 따라 급변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 부동산 거래량과 집값이 급상승한 2021년의 경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1·2차 신청자 수가 자그마치 39만9,921명에 달했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2024학년도 기준 44만4,000여 명) 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당시 신청자 중 실제 시험에 응시한 이는 27만8,847명이었으며, 1차에 3만9,776명, 2차에 2만6,915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전반이 가라앉으며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치러진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신청자 수는 28만7,756명에 불과했다(1·2차 합산). 이는 전년 대비 10만 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 중 실제 응시자는 6만4,000여 명 감소한 20만59명, 1·2차를 합친 합격자는 2만 명 가까이 줄어든 4만2,615명에 그쳤다. 1차 합격자 2만7,458명, 2차 합격자 1만5,157명으로, 합격률은 각각 20.4%, 23.1%였다.
지역별로 엇갈리는 미래 전망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부동산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서울·경기 지역 중개업계의 경우 차후 업황이 일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국의 아파트 매매량은 14만9,79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경기도에서 발생한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7,325건 증가한 3만8,452건에 달했다. 서울 내 거래는 1만3,443건으로 같은 기간 3,781건 증가했다. 매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 4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141.1로 지난 1월 대비 1.5포인트 올랐다.
다만 시장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 중개업소들의 고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지방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2만6,725건으로 전월보다 약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누적되는 미분양 매물에 매수 수요 전반이 위축되며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 기준 부산과 광주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각각 전월보다 41.7%, 33.8% 급증한 바 있다.
시장 전반이 가라앉으며 집값 역시 미끄러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지방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폭이 0.03%에서 0.07%로 커진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이처럼 시장 거래가 부진해질 경우 중개업계의 업황 역시 꾸준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난 수도권-지방 양극화 현상이 중개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