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굴기’ 나선 우리금융 ‘메트라이프생명’도 저울질, 외형 확장 노리다 건전성 잃을 수도
우리금융지주, 메트라이프 인수 매물로 낙점 '물밑 작업' 진행
보험사 중기대출 부실채권비율 1.25%, 1년 새 0.91%p 악화
위기의 생보사업계, 단기납 종신보험·제3보험 진출 등 안간힘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험사 인수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손해보험 인수 참전에 이어 메트라이프생명 인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에 줄곧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사 간 경쟁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보험사 인수를 미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가 확대되면서 보험사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메트라이프생명 인수 추진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 인수 매물로 메트라이프생명을 낙점하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보험사 M&A 매물보다는 매각을 공식화하지 않은 메트라이프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기존에 나와 있는 매물 KDB생명, 동양생명, ABL생명보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인수하기에 더 좋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며 “매각 본입찰을 할 때 다른 입찰자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몸값이 높아지고 비싼 값을 치르는 것보다는 협의해서 먼저 인수하는 편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의존도가 96%를 웃도는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탓에 그동안 타 금융지주에 비해 취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에 회사는 보험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며 참전을 공식화했다. 지난 4월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 측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우리금융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본입찰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관건은 인수 가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희망하는 매각가는 2조~3조원대다. 이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율(77%)에 경영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보험도 부동산 PF ‘후폭풍’, 연체율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
다만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보험사의 업황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보험회사 대출채권 연체율은 0.54%로 작년 말 대비 0.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분기 말에 기록한 0.5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보험회사의 부실채권비율(총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76%로 2016년 말 금감원이 해당 통계를 외부에 공개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취약차주와 다중채무자가 많은 대출자산도 부실 뇌관으로 거론된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1분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6%로 지난해 말 대비 0.2%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동기(0.32%)와 비교해서는 무려 2.4배 오른 상태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이 확대되면서 보험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 가계대출 역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말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0.05%포인트 오른 0.38%를 기록했으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도 연체율이 같은 기간 1.31%에서 1.49%로 0.18%포인트 증가했다.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보험사들은 여신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보험사 대출채권 잔액은 26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1조3,000억원 줄어든 133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기업대출도 같은 기간 3조3,000억원 줄어든 13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보사 계약 1년 새 50조원 ‘증발’, 해약 사례도 증가
이런 가운데 보험 업계는 꽉 막힌 성장 활로를 뚫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지만, 문제는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저출생‧고령화 해결이 요원해 단기간 내 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나 자녀를 안 가지는 딩크족 등 가장의 사망으로 남은 가족이 당장 생활고를 겪게 될 일이 점차 사라지면서 생명보험의 필요성도 덩달아 줄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생보사들은 계약 규모가 한 해 동안 50조원 가까이 쪼그라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보사의 보유계약금은 2,362조6,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7조7,205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생보자 보유 계약 잔액은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우리금융이 점찍은 메트라이프생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는 메트라이프생명의 영엽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고 평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종신보험 판매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시장 주도권이나 매출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보험업계 부진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보험 소비자들이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마저 증가함에 따라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의 2년 계약유지율은 2022년 69.3%에서 지난해 60.7%로 8.6%포인트 낮아졌다. 계약유지율은 앞서 체결된 계약 중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계약의 보험료 비율로, 해당 수치가 하락하면 해약환급금 지급이 늘고 보험료 수입은 줄어 보험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계약유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생보업계는 올해 1분기 1조8,74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작년 1분기(2조8,761억원) 대비 34.8% 감소한 수치다.
주력 먹거리 하락에 ‘제3보험·해외시장 진출’ 등 돌파구 마련 총력
이에 생보사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경쟁적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생보업계가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에 판매에 주력했던 건 보장성 상품이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의 핵심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해서였다. 실제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 인기가 시들해진 와중에 흥행하며 단비가 돼줬다. 하지만 생보사들 간 해지 환급률 경쟁이 커지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이 과도한 환급률에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되는 등 불완전판매를 불러올 뿐 아니라 보험사 재무 건전성 악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보고 자제를 권고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막히자 생보사들은 기존 종신보험에 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기존 종신보험이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금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신상품은 강·암·실버케어 등 사망 이전까지 보장을 넓히는 추세다. 일례로 한화생명이 지난 10일 내놓은 ‘암플러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암에 걸렸을 때 사망 보장을 2배로 올려주고 그동안 낸 보험료는 암 진단 자금으로 돌려준다.
생보업계는 제3보험 시장으로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때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으로, 생·손보사 모두 취급한다. 그동안에는 손보사가 제3보험 시장 점유율 7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손보사 강세인 시장이었지만 새 먹거리 마련이 시급한 생보업계가 올해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최근 보험업계 격전지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미 포화 상태로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생보사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생보사 가운데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점포를 운영 중인 곳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등 4개사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3 보험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 현황’을 보면, 지난해 4개 생보사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6,030만 달러(약 837억원)로 전년(3,240만 달러) 대비 86.1%(2,790만 달러) 증가했다. 국내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해외점포에서 7,620만 달러(약 1,057억원) 순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생보업계에서 가장 먼저 해외로 발을 뻗은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009년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보험시장 진출에 나섰다. 한화생명의 해외 영토는 지난해 인도네시아까지 넓어졌다. 지난해 현지 점포를 추가해 사업을 손해보험까지 확대했고, 올해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돼 보험사의 해외 은행 소유가 가능해지자 현지 은행인 노부은행 지분 40%를 인수해 은행업까지 진출한 상태다.
신한라이프도 베트남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2015년 베트남 진출을 위해 하노이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한 뒤 현지 생보시장 조사, 베트남 금융당국 협력 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어 2022년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SHLV)을 출범한 뒤 현지에서 영업 중이다. 다만 해외진출 특성상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아직 수익성 부문에서는 적자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순손실 규모는 2022년 41억6,800만원에서 2023년 35억800만원으로 소폭이나마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