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만에 새 주인 맞나, 강소 증권사 ‘한양증권’ 최대주주 지분 매각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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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학원, 한양증권 경영권 매각 추진
KCGI·우리금융·LX그룹, 인수후보 거론
한양산업개발·병원 경영난에 매각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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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전경/사진=한양증권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매각이 성사되면 한양증권의 주인은 1956년 창립한 지 68년 만에 처음으로 바뀐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와 LX그룹, 우리금융그룹 등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양증권 매물로, KCGI·우리금융 등 인수 후보군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은 최근 물밑에서 PEF, 금융지주사 등과 접촉해 한양증권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매각 작업은 초기 단계지만 일부 인수 후보와는 구체적인 가격과 인수 구조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 기준 30위권 증권사로, 채권 운용과 IB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강소 증권사로 꼽힌다. 최대주주는 한양학원(지분율 16.29%)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40.99%며, 시가총액은 1,776억원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000억~1,5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인수 후보 중에선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가 가장 적극적이다. KCGI는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증권사까지 사들여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KCGI는 구체적인 인수 방식과 구조, 자금 조달 계획 등도 어느 정도 정했다. 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동시에 한양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한양증권의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포스증권을 품고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을 준비하는 우리금융그룹도 한양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 전에도 여러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한양증권 대주주 측의 매각 의지가 크지 않았고, 조건 등에서도 이견이 있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양증권을 인수할 경우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은 단숨에 13위권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다.

비금융업권에서는 LX그룹이 한양증권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LX그룹은 지난해 HMM과 전주페이퍼 인수를 검토하는 등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양증권 인수를 통해 신사업으로 증권업에 도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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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한양證, 인재 영입하며 부동산 PF 강화했지만

일반적으로 M&A 시장에서 증권회사 매물은 ‘귀한 몸’으로 평가된다. 원매자는 많지만 매물은 한정돼 있어서다. 지난 5월 우리금융그룹이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 전 마지막 증권사 M&A는 6년 전에 이뤄졌다. 2018년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이 차례로 매각된 뒤 시장에서는 ‘증권사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을 추진하자 원매자들이 앞다퉈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이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PF 관련 인재를 연이어 영입해 조직을 확대해 왔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3월부터 PF사업본부장을 맡은 윤병희 상무는 케이프투자증권에서 10여 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구본용 이사도 하이투자증권에서 10년가량 일하다가 지난 2월부터 한양증권에서 프로젝트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안재우 상무는 BNK투자증권 출신으로 올해 초부터 한양증권에서 부동산투자부문장을 맡게 됐고, 안 상무와 함께 BNK투자증권에서 이직한 김성작 상무는 부동산투자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한양증권에서 본부장·부서장 직책을 맡게 된 영입 인재들은 이전 직장에서 손발을 맞춰온 부하 직원들과 함께 건너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증권의 이 같은 전략은 일종의 역발상으로,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한양증권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건전성이다. 한양증권은 작년 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비중이 0%로 집계됐다. 증권사 25곳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50%에 가깝다는 점에서 상반된다.

한양증권의 이 같은 변화는 임재택 대표 취임 이후부터 시작됐다. 임 대표 취임 이전인 2016년과 2017년 한양증권의 영업이익은 각각 89억원, 61억원 수준이었다. 그런 한양증권이 임 대표 취임 후부터 세 자릿수대 이익을 달성하기 시작했고, 지난 2021년에는 1,171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호실적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22.1% 증가한 196억4,697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양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4,898억원으로, 자기자본 1조원 안팎인 현대차증권(138억5,372만원)과 다올투자증권(87억2,000만원)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며 실속있는 경영 성과를 보여줬다. 불어난 이익 규모에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동반 개선됐다. 지난 2018년 2.4%였던 ROE는 지난해 9.9%까지 4배가량 높아졌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는 28.4%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부동산 PF 직격탄에 산하 사업 재정 악화

그럼에도 한양학원이 한양증권을 매물로 내놓은 건 한양HYD(구 한양산업개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양HYD는 지난해에만 496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고 관련 부채만 4,00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PF 책임준공약정 대출잔액만도 3,656억원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협력사와의 마찰도 심화하고 있다. 자금난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서다.

한양HYD는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90위에 안착한 건설사다. 매출이 늘면서 전년 대비 순위가 16위나 올랐다. 그러나 현금 사정은 녹록치 않다. 한양HYD가 보유한 현금은 2022년 1월 52억원에서 그해 12월에는 32억원으로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사미지급금은 755억원으로, 전년 358억원 대비 두 배로 불어난 상태다.

이 같은 수익성 감소와 재무건전성 악화 추세는 최근 이어진 건설경기 부진의 영향이 크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2년 만의 최고치로, 2022년 종합건설사의 총폐업 건수가 362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업 업체가 불어나는 속도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HYD한양의 사례는 한양대학교와 한양여자대학교 등 굵직한 국내 대학 재단이 보유한 건설사마저 업계의 돈맥경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대변한다. 여기에 더해 한양대병원은 전공의 파업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이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한양증권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