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리 인상에 엔화 가치 상승세, 한국 수출에도 ‘호재’로 작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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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추가 인상'까지 시사한 일본은행, 슈퍼 엔저 시대 막 내렸다
일각서 엔캐리 청산 우려 나오지만, "유동성 공급 정책 이어지는 만큼 가능성 적어"
엔화 가치 상승 전망에 한국 수출 개선 기대감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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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슈퍼 엔저’ 시대가 저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향후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엔캐리 트레이드(엔캐리)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본은행이 당분간 유동성 공급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시선에서다.

일본은행 연 0.25%로 금리 인상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연 0~0.1%에서 연 0.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마이너스 금리(연 -0.1%)를 해제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채 매입을 줄이는 양적 긴축도 결정했다. 국채 매입액을 월 6조 엔(약 56조원) 규모에서 단계적으로 감액해 오는 2026년 1분기 월 3조 엔까지 줄이겠단 계획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임금 상승으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등 ‘물가 2%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실제 6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27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일본은행도 이날 내놓은 7월 ‘경제·물가 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2.5%, 내년은 2.1%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 움직임이 확산하며 물가의 기조적 상승과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도 있다”고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일본은행에 대해 “단계적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6월 27일~7월 29일 환율 개입(엔 매수·달러 매도) 총액이 약 5조5,000억 엔(약 51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4~5월(약 9조7,000억 엔·)에 이어서 또 개입한 것인데, 그럼에도 엔저가 멈추지 않자 일본은행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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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정에 ‘엔캐리 청산’ 우려↑

일본의 금리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선 슈퍼 엔저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크게 내려서다. 실제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화 환율은 지난달 31일 한때 150.08엔까지 급락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내리면 일본과의 금리 차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채권을 비롯해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해 왔던 엔캐리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글로벌 주식·채권시장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통상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불리는 일본 투자자들이 엔캐리를 통해 투자한 해외자산 규모는 최대 20조 달러(약 2경6,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이 향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돌입할 경우 자금 일부가 일본에 돌아가면서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캐리 청산 우려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이 당분간 상당 규모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엔화 강세가 급격하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시선에서다. 일본은행 차원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지만 실제 추가 인상이 단행될지 불투명하단 점도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차루 차나나 삭소 캐피털 마켓의 통화 전략 책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일본은행의 가장 매파적인 움직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면서도 “Fed가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면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출 호황기 접어든 한국, 일본 금리 인상으로 수혜 입을 듯

한편 시장에선 일본의 금리 인상이 수출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학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화폐 가치가 오르고, 이로 인해 환율이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도 이론상 금리 인상이 일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실제로 수출이 위축되진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슈퍼 엔저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상만으론 엔화 가치가 충분히 절상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에 대해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지금 올린 금리만으로는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추세가 변하진 않을 것”이라며 “엔화가 최악으로 떨어졌을 때보다 약간 평가 절상된 정도일뿐 여전히 엔화 가치가 과거 어느 때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한국 연간 수출액이 역대 최초로 일본 수출액을 넘어설 수 있단 기대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기업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통상 엔저는 한국 기업에 악재로 여겨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한국의 수출액 증가율은 0.61%p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엔저 시대가 저물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오를 수 있단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은 “(일본 금리 인상으로) 일본과 수출 경쟁을 펼치는 자동차나 석유제품 등 분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관광수지 적자도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 수출 업황 자체가 호황이란 점도 기대를 키운다. 실제 한국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48억 달러(약 454조원)를 기록하면서 역대 2위 실적을 냈다. 반면 일본 상반기 수출액은 약 3,386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한국 수출액과 비교하면 38억 달러(약 5조1,500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난 4월까지 양국 간 수출액 차이가 70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점차 격차가 줄어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