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 구제에 금융권 우려 목소리 ↑, 은행권 선정산대출 규모만 4,000억원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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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연쇄 도산 우려 확산, 당국 "5,600억원 규모 지원하겠다"
우려 쏟아내는 금융사들, 피해자들도 "대출 이자 큐텐에 청구해야" 볼멘소리
은행권 선정산대출 신규취급액 4,000억원, 티메프 사태에 은행권도 덩달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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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입점 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금융 당국이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금융권과 함께 피해 업체를 지원하는 대책안도 마련했다. 이에 금융권은 당국의 방침을 따르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간 기업의 부실에 정부가 나서는 건 시장자본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금융권도 피해를 봤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은행권의 경우 티메프 입점 업체에 융통한 선정산대출 규모만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사태 대응 나선 금융 당국, 은행권도 협조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 당국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및 은행권 선정산대출 현황을 점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선정산대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물건을 판매한 뒤 이커머스로부터 정산되지 않은 금액)을 먼저 대출 형태로 먼저 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의 금융 상품이다.

간담회를 마친 뒤 당국은 금융권 전반에 티메프 사태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5,6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금융위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피해 업체 금융지원 회의’를 열고 △기존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긴급자금 지원(최소 5,600억원 규모) 계획 등을 구상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은 최대 1년의 만기 연장 등 지원을 통해 협조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선정산대출 취급 기관도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외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은 최소 3,000억원 규모의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해 긴급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각선 구제 방책에 비판적 의견도, “시장자본주의 원칙 깨는 행위”

다른 업권에서도 티메프 사태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네이버파이낸셜 등 결제대행업체(PG사)는 지난달 28일부터 티메프에서 결제한 금액의 결제 취소를 재개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도 환불을 위해 이의제기 신청 절차에 돌입하고 결제 취소 거절 안내를 받은 사용자의 중재 신청을 받고 있다. 국내 8개 카드사 역시 지난달부터 티메프에서 물품과 서비스를 결제하고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에게 우선 주문 취소와 환불을 해주고 있다. 

다만 금융사들은 당국의 피해 구제 지침에 동참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거듭 내고 있다.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부정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단 이유에서다. 티메프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지 오래됐고 지난 국회에서 이커머스 등의 거래대금과 선불충전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하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제정될 정도로 이커머스의 대금 정산 관행이 공론화된 바 있단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신전문금융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부실을 정부가 해결해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시장자본주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의 구제 방책에 볼멘소리를 쏟아내는 피해자가 적지 않단 점도 부담을 키운다. 가장 불만이 큰 지점은 5,6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이 대부분 대출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티몬·위메프 사태 소상공인 피해 대책 간담회’에 참가한 피해자들은 “대출 형태의 지원은 피해 기업 및 소상공인의 피해를 오히려 키우는 일”이라며 “연이율도 3~4%나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티메프 혹은 이들의 모회사 큐텐에 정부가 대출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대출 이자를 피해자들에게 청구하는 건 결국 티메프 사태에 대한 후폭풍을 피해자들에 전가하는 것과 진배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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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선정산대출 부담도 여전

선정산대출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이 이미 큰 상황이란 점도 문제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티몬과 위메프 은행 선정산대출은 신규취급액 기준 약 3,885억3,80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25일까지 잔액 기준으론 총 1,076억5,200만원이 남아 있다. 더군다나 입점 업체들이 은행 대출을 갚아 잔액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티메프 측의 정산 여부가 확실히 공개되지 않은 만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티메프 판매자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은 올해 티몬 판매자들에 2,098억7,900만원, 티몬월드에 1,052억1,800만원, 위메프엔 498억1,900만원을 대출해 줬다. 잔액 기준으론 각각 티몬 557억8,900만원, 티몬월드 365억6,800만원, 위메프 126억9,300만원이 남아 있다. 티메프 사태에 은행권도 덩달아 위기에 빠질 수 있단 의미다.

불안정한 흐름도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인터파크쇼핑과 AK몰에 대한 선정산대출을 중단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두 업체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AK몰 대상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했고, SC제일은행 역시 같은 시점에 인터파크쇼핑에 대한 선정산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PG사들이 판매대금을 묶은 탓이다. 미정산 금액은 인터파크쇼핑 35억원, AK몰 150억원가량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들의 무분별한 선정산 대출이 티메프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티몬월드에서 물건을 판매한 셀러에게 선정산대출 최대한도를 3배 이상 늘려주는 등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쇄도했다. 최대 대출 한도 뿐만 아니라 대출 대상 조건에서도 특혜를 줬다.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 대상은 연 매출액 500억원 이하인 셀러인데, 티몬월드의 경우 연 매출액 1,300억원 이하 셀러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우대 조항을 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SC제일은행이 티몬월드 셀러의 대출 한도를 높이면서 티몬월드의 거래 규모가 늘어난 탓에 미정산 피해가 커졌다”며 SC제일은행을 집중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우선 은행들이 선정산대출을 내주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당국은 지난달 30일 티메프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의 피해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정점으로 지목된 큐텐 자금 흐름부터 시중은행의 선정산대출 영업 정책까지 점검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피해 업체를 지원함과 동시에 티메프 사태의 근원을 파악해 피해 확산을 억제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