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차 코스피 입성 도전하는 서울보증보험, IPO 시장 변수는?
서울보증보험, 13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제출
지난해 대외 환경 변화, 오버행 우려 등으로 한 차례 상장 실패
"묻지마 투자는 끝났다" 가라앉는 IPO 시장 투자 심리 어쩌나
서울보증보험이 다시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시장 환경의 변화를 근거로 기업공개(IPO) 의사를 철회한 지 10개월 만이다. 올해 상반기 과열됐던 IPO 시장이 점차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서울보증보험이 각종 변수를 뚫고 다시금 ‘대어’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재도전
13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서울보증보험이 신규 상장을 위한 주권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공동대표 주관회사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상장 시기는 2025년 초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보증보험은 앞서 지난해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같은 해 8월 심사 승인을 거친 이후 공모 절차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서울보증보험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9,500~5만1,800원 수준이었으며, 상단인 5만1,8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약 3조6,00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은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희망 공모가 하단에서도 필요한 모집 금액을 모으지 못했고,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올해 초부터 상장 재추진 시점을 검토해 왔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 93.85%)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투입했던 공적 자금의 회수를 목표로 2022년 지분 매각 상장 추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매각 추진 계획을 재의결하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차후 다시 한번 구주매출 방식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IPO 도전, 왜 실패했나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번 IPO 실패의 원인으로 ‘시장 환경의 변화’를 지목했다. 당시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최근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를 초과하는 등 시중 금리가 상승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국내외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점을 주요 부진 사유로 보고 있다”며 “투자활동(IR) 과정에서 밝혔던 미래 성장 전략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손익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며, 향후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보증보험이 언급한 대외적인 악재들은 서울보증보험의 실적 악화 우려를 야기했다. 서울보증보험의 2023년 상반기(1~6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3,241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기 악화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대출자와 집주인 등이 급증한 탓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전형적인 ‘내수 기업’으로, 국내 경기 침체 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주주들의 배당 수익에 대한 기대를 훼손했다. 유광열 서울보증보험 대표가 상장 뒤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순이익이 감소하면 배당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은 실적 악화로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높은 기업가치를 앞세우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며 “2027년 예금보험기금 채권상환기금의 청산을 앞둔 예금보험공사가 서울보증보험 물량을 시장에 쏟아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식어가는 IPO 시장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현 시장 상황이 과거 대비 서울보증보험에 우호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첫 IPO 당시 피어 그룹(Peer Group: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산업군)으로 선정됐던 종목들의 주가가 줄줄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24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삼성화재의 주가는 최근 30만원 중반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DB손해보험의 주가도 당시 8만원에서 13일 종가 기준(10만6,600원) 30% 이상 급등했다. 서울보증보험의 몸값 역시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들어 IPO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은 악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36개사(스팩·리츠·재상장 등 제외)이며, 이 중 100%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는 직전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 상반기 94.9%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종목도 27개(93.1%)로 사상 최대치다. 이에 시장 곳곳에서는 IPO 시장이 과열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적중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36개 종목 중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자그마치 25개(약 70%)에 달한다. 결국 부진한 성적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줄줄이 IPO 시장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각각 856대 1, 1,539대 1에 달했던 수요예측·공모청약 평균 경쟁률은 하반기에 763대1, 801대 1까지 낮아졌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과열됐던 IPO 시장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며 “기관·일반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역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수요예측 결과와 무관하게 몸값을 낮춰 잡는 추세”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