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국채 발행이 국가적 개혁 과제 실행 위한 ‘촉매제’
국채 발행, 국가적 장기 투자 및 개혁 ‘필수 도구’
‘미래 성과로 현재 비용 충당’ 메커니즘 발휘
차입 한도 엄격할수록 정치권 실행 의지 소멸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국채(public debt) 발행이 정책 집행자들로 하여금 국가적으로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도록 하는데 필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채 발행의 여지가 충분해야 정치인들이 개혁 추진에 소요되는 비용과 이로 인한 비판을 무릅쓰고 시간이 걸리는 개혁을 추진할 동기를 가진다는 것이다. 즉 과도한 국가 채무는 위험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채무는 장기적 경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개혁과 투자에 필수적이고 강력한 도구라는 분석이다.
국채, 정부 개혁 의지와 정치권 실행 의지 ‘연결 고리’
전 세계 정치권과 정책 집행자들은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이나 경제 개혁 등 중요성이 높고 시간이 걸리는 정책 현안과 당장 표심을 얻는 데 유리한, 효과가 즉각적이고 눈에 잘 띄는 정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이 장기적인 미래 투자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가 국채 발행이라는 주장이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
피에르 보이어(Pierre Boyer)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 교수와 브라이언 로버슨(Brian Roberson)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국가적 개혁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려면 충분한 국채 발행 여지를 통해 장기간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정부가 특정 산업 및 기업 집단에 더 큰 수혜가 돌아가는 개혁이나 투자를 단행할 경우, 그 성과가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는데 이때 국채 발행이 미래 성과를 현재로 미리 끌어와 개혁 추진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장기 투자일수록 국채 발행 통해 비용 부담 줄여야
연구진은 정치권이 추진하는 ‘목표 지출’(targeted spending, 경제 활성화, 복지 증진 등을 목표로 한 정부 지출)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는 ‘선심성 정치’(pork-barrel politics)와 유사한 요소가 있다고 짚었다. 정치인들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 기업 등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목표 지출을 비경합성(non-rival benefit)과 비배제성(non-excludable benefit)을 지닌 공공 투자(public investment)보다 선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개혁이 현 임기 내에 성과를 볼 수 없는 장기 프로젝트일수록 국채 발행을 통한 목표 지출 방식으로 추진해야 정치권의 실행 의지를 북돋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목표 지출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클수록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규모도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주장의 근거로 1995~201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 분석을 통해 중위 내지 상위 수준의 차입 능력을 가진 국가들에서 국가 채무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부 공공 투자와 목표 지출이 줄어든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채무 한도(debt capacity, 현 국가 채무 수준과 과거 평균 수준과의 차이로 정의)가 공공 투자 및 목표 지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OECD 국가들에서는 채무 한도가 낮을 경우 GDP 대비 공공 투자 및 지출 규모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발행 여력이 적은 국가일수록 장기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제약을 받는다는 의미다.
채무 한도 규정 엄격할수록 공공 투자 통한 개혁 의지 반감
또한 연구진은 국가 채무 한도가 법이나 조약 등의 형태로 엄격하게 준수돼야 할 경우 정치권이 비용이 드는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EU(유럽연합)의 경우 마스트리흐트 조약(Maastricht Treaty)과 ‘안정과 성장 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을 통해 회원국들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내 국채(domestic debt) 비율 60% 한도를 지키도록 돼 있어, 보다 유연한 채무 한도 규정을 가진 비회원국들에 비해 공공 투자 및 지출을 통한 개혁 실행 수준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결론을 통해 즉각적인 현안 대응과 미래 투자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빠듯한 예산을 다양한 정책에 배분해야 하는 정책 집행자들이 국채 발행이 어떻게 개혁 실행과 정치권의 지지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신중하지만 충분하게 설정된 국가 채무 한도가 개혁 실행을 위한 정치권의 동기 부여를 촉진하는 반면, 과도한 제약은 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가 연구를 통해 국채, 개혁, 정치 등 세 가지 변수의 인과 관계를 보다 정확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문의 저자는 피에르 보이어(Pierre Boyer)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Using public debt to deliver long-term investments and reform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