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신속하게 인하해야” 추가 빅컷 가능성 시사한 연준 간부들, 한국은행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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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금리까지는 갈 길 멀어" 일부 연준 인사, 빅컷 지지
베이비컷 주장하는 매파 인사들, 시장 전망도 엇갈려
물가 안정·美 피벗에 한은 금리 인하 압박 가중, 걸림돌은 '금융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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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부들이 추가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미국의 통화 정책 완화 움직임에 점차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3년 이상 긴축 기조를 유지해 온 한국은행 역시 조만간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연준 인사들의 ‘빅컷’ 지지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정책 완화 선호)’ 인사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미국 주정부 재무관 연합(NAST) 연례 회의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금리를 중립 수준에 가깝게 낮춰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발언했다. 이어 “연준이 이번 달 빅컷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한 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제한하지도 않는 수준인 중립 금리보다 크게 높다”고 덧붙였다. 연준 관리들이 제시한 중립금리는 2.9%로,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범위(4.75~5.00%)보다 약 2%포인트 높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연준이 중립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금리를 신속하게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유럽경제금융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인플레이션 진전과 고용 시장 냉각은 초여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나타났다”며 “몇 달 전까지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통화 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재발) 우려로 지난주 상대적으로 작은 첫 움직임, 즉 25bp 인하에 머물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고용시장 냉각을 무시한 것”이라며 9월 FOMC에서 ‘빅컷’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 달쯤 노동 시장이 실질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는 추가 증거가 나오면 얼마나 공격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내 견해가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추가적인 빅컷을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일부 지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인사는 “베이비컷 선호”

반면 빅컷 가능성을 일축하며 베이비컷(0.25%p 인하) 지지 견해를 드러낸 인사도 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데이터가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균형을 맞춰 더 작은 걸음(smaller steps)을 내디딜 것으로 예상한다”며 밝혔다.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 그는 “11월과 12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하가 합리적인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는 연준이 이달 단행한 빅컷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9월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은) 이번 달 연준의 정책을 물가 안정에서 고용 중심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50bp(1bp=0.01%포인트) 인하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긴축적인 위치에 있고, 그래서 큰 첫걸음을 내딛기 편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준 인사들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월가 대형 은행들의 전망 역시 첨예하게 대립하는 추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매 회의에서 0.25%p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연준의 9월 빅컷을 정확하게 맞췄던 JP모간체이스는 연준이 11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동 시장의 상황에 따라 인하 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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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압박받는 한은

미국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 집중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0%까지 올렸고, 지난달 금통위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3년 2개월 이상 긴축 정책을 유지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도 한은의 목표치에 부합하는 정도까지 하락했고, 연준의 피벗으로 대외적 금리 인하 여건도 갖춰졌다”며 “시장에서는 10월~11월 중 한은이 피벗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최근 들썩이는 집값과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인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대비 2조7,227억원 증가했다. 현재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경우 이달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4조1,0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아파트값 역시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사이 0.16% 상승했다.

이에 한은은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발(發) 금융 불안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통화 정책 전환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