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위원들, 노동 시장 안정화에 추가 금리 인하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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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고용 지표 강세에 노동시장 냉각 우려 사라져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더딘 편, 급하게 금리 인하해야 할 이유 사라져
추가 인하는 내년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컨퍼런스에서 고용, 인플레이션, 국내총생산(GDP), 소득 등의 최근 데이터가 “경제가 원하는 만큼 둔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데이터에 과민 반응하거나 이를 가볍게 넘겨봐서는 안 되지만 총체적인 데이터가 통화정책에 있어서 9월 회의에서 필요했던 것보다 금리인하 속도에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지난 9월까지만해도 하반기 들어 미국 고용 시장 냉각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9월 고용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난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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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인플레이션, 견조한 노동시장, 추가 금리 인하는 내년 이후로?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종전 5.25~5.50%에서 4.75~5.00%로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빅컷 결정을 발표하던 당시 파월 의장은 점도표를 바탕으로 올해 내에 추가로 0.5%p 규모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9월 고용이 기대보다 안정적이었던데다 2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도 3.4%로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소폭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져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던 올해 초의 고민을 다시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윌러 이사는 위의 지표들을 바탕으로 “경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경제 활동이 크게 둔화될 조짐이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 지표들과 관계없이 내년에는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준 내에서 ‘매파’로 분류되는 또 한 명의 위원인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개최한 컨퍼런스 연설에서 “현재로서 이중 책무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정책금리를 추가로 소폭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빠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던 시장 분위기가 주요 지표 발표와 함께 바뀐 것을 반영한 대목이다.

강한 고용 시장에 추가 ‘빅컷’ 안개 속으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주요 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준 덕분에 추가 빅컷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스트의 경제 전망치를 모은 페드 워치(Fed Watch)는 지난달까지만해도 11월 7일 FOMC 회의에서 빅컷에 대한 전망에 30% 이상의 무게를 뒀으나,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10월 들어서는 스몰컷(0.25%p 인하)에 예측이 몰린 상태다.

전반적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수준은 경기 정상화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소비와 제조업 경기 등 일부 지표가 안좋긴 하지만 대선이 지나면 연착륙 쪽으로 완전히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의 금리 인하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수 진작 및 경기 부양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내년 이후 금리 인하가 시장에 선반영된 상태인만큼,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를 감안한 내년 계획들을 짜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 빅컷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 상반기에 단계적으로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고채 장기 금리는 지난 달 한 때 10년 만기채가 4.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들어 소폭 상승해 4% 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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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단기 채권 이자율 / 출처=파이낸셜 타임스

한국 금리 인하 속도도 느려질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는만큼 한국 기준 금리도 인하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일 기준금리 0.25%p 인하를 설명하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내적으로는 집 값,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집 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딘데다, 미국 기준 금리가 4%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을 경우 한국도 기준 금리를 급하게 내릴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던 정부 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집 값 잡기를 위해 대출 규제를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중요 변수인 미국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만큼, 집 값이 추가로 떨어져야 국내 기준 금리도 인하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5일 발표한 9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1,304만3,000원)과 전년 동월(969만7,000원)과 비교하면 각각 2.6%, 38.0% 오른 수준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기준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집 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국은행도 국내 기준 금리를 쉽사리 내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