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상장하겠다” 국내 상장 작업 중단한 토스, 시장은 ‘우려’
"美서 기업가치 인정받겠다" 토스의 결단
국내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주가 부진 등이 영향 미쳤나
앞서 美 증시 입성한 국내 기업, 주가 줄줄이 공모가 밑돌아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차후 국내 증시 대비 핀테크 업체에 우호적인 미국 증시로 노선을 전환해 1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국내 핀테크사·인터넷전문은행의 부진한 주가 흐름,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등 시장 악재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 美 증시로 눈 돌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국내 기업공개(IPO) 주관사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앞서 지난 2월 국내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지 8개월 만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르면 연내 미국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미국 증시 입성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토스의 장외 시가총액은 8조1,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는 기업가치와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 사이의 괴리가 큰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는 국내 증시 대비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에 우호적인 시장”이라며 “비바리퍼블리카는 해외 증시에서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판단하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사의 부진한 주가 흐름 역시 토스의 해외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앞서 상장한 동종업계 기업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나란히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6만9,800원 수준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2만2,2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상장 첫날 장 마감 당시 19만3,000원까지 뛰어올랐던 카카오페이 주가 역시 29일 종가 기준 2만4,400원까지 미끄러졌다.
케이뱅크 상장 연기도 악재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도 토스의 국내 상장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IPO 철회 소식을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는 당초 이달 18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해 30일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모 금액과 시가총액 모두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이래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난 10~1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 같은 상장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주당 9,000원대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 수요예측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공모가 밴드를 기존보다 낮은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쿠팡·웹툰엔터테인먼트 등 美 상장 기업들 ‘주가 부진’
다만 시장은 토스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 등 토스에 앞서 미국 증시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2021년 3월 11일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 당시 공모가는 35달러였으며 상장 당일 주가는 69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쿠팡의 ‘최고점’이었다.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쿠팡 주가는 26달러로, 공모가 대비 약 25.71% 낮은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낮은 수익성이 쿠팡 주가 상승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순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 정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 역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 6월 상장 이후 최고 25.66달러까지 올랐으나,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이 발표된 이후 폭락해 현재 11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공모가(21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분기 7,909만6,000달러(약 1,08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상장 이후 계속된 부진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각종 소송의 위협에도 직면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로빈스 갤러 루드먼&다우드, BG&G 등 미국의 증권 소송 전문 로펌들은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원고를 모집하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웹툰엔터테인먼트가 IPO 과정에서 광고 및 IP(지식재산권) 사업 매출 감소를 포함한 주요 부정적인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