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김범석 의장의 주식 매도와 천재 사업가의 책임 경영
쿠팡 김범석 의장, 내년 8월까지 약 5천억원 상당의 주식 매각 예정 발표
회사를 반석에 올려놓고 주식 매각하는 것에 책임 경영의 증거라는 평가
높은 눈 높이 맞춰주지 못한 인력들의 불만 많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역량이 뛰어나다는 해석도
쿠팡 김범석 의장이 내년 8월까지 1,500만주, 약 5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고, 그 중 200만주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0년 창업한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 2021년 나스닥 상장 당시에 다른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모두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주가가 대폭락했는데, 끝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이제 분기별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상황, 인수했던 적자 기업 파페치의 영업손실이 0이 되는 시점을 눈 앞에 두는 수준으로까지 회사를 키우고 나서야 주식을 매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책임 경영의 산 증인이다.
김 의장의 칼날 같은 성격, 돌직구형 발언, 배려 따위는 없는 칼 같은 인사는 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돌려서 말하는 법을 모른다는 지적도 자주 나오고, 안경을 벗으며 “왜죠?”라고 물으며 머리를 쓸어담으면 직원들은 벌벌 떤다는 업계의 소문도 있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는 한 외국계IB 출신 인력은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말 이외에 더 평가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다른 관계자들은 “생각의 속도가 빠르고, 사고의 한계가 없는 사람이다보니 우리가 맞춰주기 매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모두 한국 사회의 어느 곳에 내놓아도 밀릴 것이 없는 뛰어난 인재들이지만, 김 의장의 역량 앞에서는 일반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쿠팡이 미국 아마존을 베꼈다는 평가가 나올만큼 닮아있는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의 성격과 역량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직원이 베조스 CEO에게서 ‘!’ 하나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24시간 내에 무슨 문제인지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 회사 시스템에 접속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실리콘밸리에서 한 때 화제가 됐다. 돌려서 표현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직설적으로 직원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업 초기에는 본인이 직접 일을 하면 되는데 굳이 인력을 뽑기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때 감당한 업무가 전직 IB 및 전략 컨설팅 업계 출신 10명의 업무 분량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고시 합격생을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하듯이 미국 사회에서 IB 및 전략 컨설팅 업계 출신을 최상위권 인재로 대접하는 것을 감안하면, 뛰어난 인재들 사이에서도 매우 뛰어난 인재이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쿠팡 김 의장은 한국인의 무능력과 좁은 식견을 지적하며 한국인 대신 해외 유명 기업 출신의 임원들을 주로 채용했던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그런 임원들도 능력 부족이 보이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사례도 많다. 역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미국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즉각 퇴출 결정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밀려난 인력들, 김 의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력들이 수 없이 김 의장을 욕한다. 2010년 창업 당시 4명의 하버드 MBA 출신이 창업을 했다는 걸로 유명세를 탔던 시절에 김 의장과 밤을 새어가며 회사를 키웠던 인력들 중 다른 3명은 일찌감치 회사를 떠났다. 스타트업계에는 김 의장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와 다른 창업자들에게 자금을 나눠주고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상세한 금액은 비공개다. 그렇게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했던 공동 창업자들 및 쿠팡 성장기에 성장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자리를 떠났던 인력들 중 일부는 김 의장 이야기를 꺼내면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성공한 사업가에 대한 비난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말을 아낀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의 역량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일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비난을 듣지만 김 의장만큼 회사를 끝까지 지키고 15년이 지나서야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나설만큼 책임있는 창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적극적으로 해외 IB 및 전략 컨설팅 회사 출신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그들 중 지금도 남아 있는 인력은 거의 없고, 여전히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 분들에게 쿠팡은 ‘남의 회사’였지만 김 의장은 ‘자기 회사’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것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투자자들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진다며 밸류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받는 한국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이만큼 책임 경영의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지난 6일 상장에 성공한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도 개인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백 대표는 이미 무능한 음식점주들을 강하게 질타하는 장면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언론에 노출시킨 바 있다. 책임 경영을 하는 대표인만큼 눈높이도 함께 높은 것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백 대표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음식점주들을 손에 꼽는 것처럼, 김범석 의장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인력은 거의 없다”면서 쿠팡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비교 설명하는데 쓰기도 한다.
한 VC 관계자는 김 의장의 성격에 대한 세간의 지적에 대해 “어차피 무능한 인력이 회사를 키우지는 못한다”면서 “실력 없는 인력을 바로 쳐내는 대표에게 돈이 몰리는 것이 상식”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동석한 다른 VC 관계자도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에게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VC)업계에서도 말이 많다”는 업계 속사정과 함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욕을 한다는 것을 그 만큼 그 대표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지만, 반대로 주변에 인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성에 대한 불만은 언제나 실력에 대한 반박을 하지 못할 때 나오는 말이다. 천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발전의 채찍으로 삼는 대신, 질투하고 인성으로 공격해서 남는 것은 말로 만들어낸 상처 뿐이다. IQ가 70~80 정도로 알려져 있는 침팬지에게 우리가 지적인 역량을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쿠팡 김 의장 같은 천재 기업가에게 우리 같은 일반인이 눈 높이를 맞춰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거꾸로 그의 행적을 배우려고 노력해야 발전이 있지 않을까? 그런 모든 공격을 다 이겨낸 쿠팡 김 의장은 15년 만에 드디어 공동 창업자들의 지분을 인수하며 줬던 돈을 회수하게 된다. 수익률은 그 어떤 투자자들 보다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