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성장, 예상보다 약할 수도” ECB의 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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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유로존 경제 성장 두고 비관적 시각 드러내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내수 위축
주요 성장 엔진 제조업·수출도 중국에 밀려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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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의 미래 성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유로존 내 핵심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침체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하는 양상이다.

“유로존 경제, 단기 전망보다 약하다”

루이스 드 귄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6일(현지시간) “유로존의 성장이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로존의 올해 3분기 ‘깜짝 성장’을 두고는 “파리 올림픽과 같은 일회성 산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로존은 지난 3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0.4% 성장한 바 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0.2%를 웃도는 수준이다.

귄도스 부총재는 “최근 경제 지표는 국가와 부문(Sector)에 걸쳐 활동이 지속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ECB 직원이 9월에 예상했던 단기 전망보다 (현재 유로존의) 경제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러한 부진한 성장률 수치가 인플레이션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경제 성장을 제한할 만큼 여전히 높은 ECB 금리의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둔화하는 현상)은 진행 중”이라며 “ECB는 추가 금리 인하를 약속하지 않았고, 들어오는 데이터가 다음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이미 ECB가 오는 12월 12일 진행될 통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며, 내년 초 회의에서도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예상이 적중할 경우 ECB의 예금금리는 내년 초에 2%대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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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핵심 제조업 강국’ 독일, 성장 위축

유로존 경제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부진이 지목된다. 독일 정부는 이달 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0.2%로 낮춘 바 있다. 이 같은 예측이 적중한다면 독일은 지난해 -0.1%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하게 된다. 독일의 전 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 0.2% 증가했다가 2분기에는 0.3% 감소하는 등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독일 GDP는 전 분기 대비 0.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 예측치(-0.1%)를 웃도는 수치지만,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0.2% 감소한 수준이다.

독일 경기 침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긴 것이 독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고, 다른 생필품과 서비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ECB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 건설과 모기지 비용 등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것이다.

독일 경제의 강점인 대외 무역도 전 세계적인 무역 장벽으로 인해 힘을 잃은 상황이다. 2분기 독일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은 글로벌 수요 약세와 공급망 중단 등의 이유로 1분기에 비해 0.2% 줄어들었다.

자동차 산업에도 ‘먹구름’

독일의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제조업 부문도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부진이 도드라지는 산업 부문은 자동차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인 보쉬의 경우 1,200명 규모 인력 감축 소식을 전했고, 변속기 업체인 ZF는 향후 6년에 걸쳐 1만2,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이자 독일 최대 고용주인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내 10개 공장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나머지 공장에서도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폭스바겐의 8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 전체 부가가치의 4%(연관 분야까지 합할 경우 8%)를 차지하는 독일 경제의 핵심적인 분야다. 자동차 산업이 침체에 빠질 경우 독일 경기 전반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독일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로 독일의 대중 수출이 감소하면서 독일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와 자본재의 중국 수출 비중은 독일 전체 GDP의 20%에 달한다. 이는 미국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전기차와 기계장비 분야에서 중국 경쟁 업체들이 급격히 성장한 것도 독일 제조업체에 악재로 작용했다. 독일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기계 및 장비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 독일, 일본보다 더 많은 산업용 기계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