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온라인 학위 과정은 오프라인 학위 과정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할까?
온라인 학위 저평가 원인은 대학들이 오프라인보다 입학 난이도 및 교육 난이도를 가볍게 운영하기 때문 장기간 온라인 교육에 대한 평가 절하 인식이 퍼져 있어 편견 확대되는 효과도 난이도 높이면 결국 학생들의 기초 실력과 열정에 따라 성취도 구분되는 효과 나와
지난 코로나19 기간을 겪으며 한국 사회에서도 온라인 교육 과정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지는 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 교육보다 품질이 낮다는 편견이 강하다. 실제로 교육을 해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동영상 강의를 만드는 것과 현장에서 강의하는 것 간에 강의 내용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학생들과 의사소통에서 격차가 발생하고, 동영상을 매번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과거 내용을 전달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는 있는 것 같다.
반대로 강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어 동영상이 있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반응도 자주 겪는다. 내가 하는 강의는 수학, 통계학 기반의 인공지능 강의이다보니, 수학 용어, 통계학 이론을 까먹거나 모르는 학생들이 동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 재생하면서 관련 개념들을 교과서,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온라인 교육의 수준이 더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강하지만, 오히려 온라인이어서 반복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좀 더 자신있게 고급 개념을 수업 시간에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장점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온라인 학위가 오프라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유?
그간 온라인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면서 왜 일반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격차에 대한 편견이 생겼을까를 고민해왔다. 최근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강의 내용은 같아도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온라인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오프라인과 달리 치열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지 않고, 입학의 문을 열어놓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의 국립방송통신대학(이하 방송대학)의 경우, 입학 서류 상의 미비점이 아닌 이상 불합격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같은 상황은 해외의 다른 온라인 대학으로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교육은 학위 과정의 보조 과정, 필요한 학점을 채워주는 과정 정도의 인식이 있지, 전문 학위로 버거운 도전을 해야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잡힐만큼 고난이도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교수와 학생 간의 교류, 학생들 간의 교류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런던, 보스턴 등의 해외 주요 도시에서 대학원 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현지 체류를 위해 많은 시간 비용을 써야했던 점은 단점으로 작용했지만, 학위 과정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과의 유대감, 친밀감은 굉장히 밀도 있게 쌓였다. 그런 친밀감이 단순히 얼굴을 알고, SNS 계정에서 ‘친구 맺기(Friend)’를 하는 것을 넘어, 학위 중 시험 문제, 어려운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고, 논문을 쓰면서 답답한 내용들을 풀어나가는 공통된 경험을 했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교육이 좀 더 값진 교육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국내의 방송대학, 해외의 주요 온라인 대학들도 학생들간 유대감, 친밀감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시험을 온라인 대신 현장에서 치른다던가, 학생들 간의 스터디 그룹을 주선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학생 간의 공통된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내가 내린 최종 결론은 결국 입학의 난이도, 학습 내용의 난이도,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 그리고 재학생들 사이에 유사한 눈높이 등이 그간 온라인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구분했었지 않냐는 결론을 얻게 됐다.
온라인 학위의 부족분을 메워넣으면 달라질 수 있을까?
우선 나는 교육 수준을 국내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수준으로 높였다. 강의 내용도 대부분 글로벌 명문 대학에서 내가 들었던 내용, 주변 친구들이 들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성했고, 시험문제도 글로벌 명문 대학 학생들도 만만치 않다고 느낄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내의 명문 대학 학생들, 국내 대학 석·박사 학위자들이 온라인 대학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학위라고 생각했다가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경우도 많았고, 해외에 시험 문제가 공개되고 난 다음에도 대학 랭킹이 얼마나 높길래 이렇게 고급 문제를 출제하냐는 커뮤니티 게시글이 난 적도 있다.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대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니 영어권 커뮤니티에서도 적잖은 파장이 일기도 했다.
확실히 교육 난이도를 끌어올리면 온라인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부분이 크게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을 얻었는데, 그럼 학생들의 성취도 측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확연한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위의 표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들은 학생들 간의 시험 점수 격차가 유의미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 결과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강의를 운영한 적은 없지만 오프라인으로 자주 방문해서 질문을 많이 한 학생과 아닌 학생들 간의 학점 차이에서 유사한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우선 위의 (1) – OLS 분석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들은 학생들보다 약 4.91점 정도 부족한 성적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의 수준이 다를 수도 있고, 공부를 열심히 안 했을 수도 있고 등등으로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분석이기 때문에 정확도는 매우 떨어진다. 실제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게으름에 학교를 찾아가지 않는 스타일인 경우, 학습 열정이 부족한 것이 그대로 시험 점수로 반영될 수도 있지만, 합리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분석 값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 – IV에서는 학생들의 게으름이라는 외부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도구변수(Instrumental Variable)로 오프라인 교실과 학생들의 거주지 간 거리를 활용했다. 거리가 가까울 수록 오프라인 수업을 들으러가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변수를 이용해 외부 요소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라인 수강생들의 시험 점수가 2.08점 낮았다. 이걸 보고나면 온라인 교육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낮추는구나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단순한 거리를 넘어, 학생들의 공부 열정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는 의문이 생기더라. 여러 변수를 찾던 중에, 도서관 방문 숫자라는 데이터를 이용하면, 열정 있는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되는만큼 열정에 대한 적절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 – IV로 변형된 계산을 해 보니,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는 학생이 0.91점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점수 하락 폭은 불과 0.56점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드는 부분은, 도서관이 학생들의 주거지와 얼마나 가까우냐는 것이다. 오프라인 교실이 가까운 것을 주요한 변수로 활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이 얼마나 가까우냐도 분명히 도서관 방문 횟수에 영향을 주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4) – IV 계산을 이용해 기숙사를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받은 학생들이 교실과의 거리와 시험 점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시험 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해당 그룹의 학생들 중 도서관 방문 빈도와 온라인 수강으로 인한 시험 점수 격차를 재계산했다.
(5) – IV에서 보듯이, 거리라는 변수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에서 도서관 방문은 시험 점수 2.09점 상승에 도움을 줬고, 온라인 수강은 오히려 6.09점 상승에 보탬이 됐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의 기초적인 단순 분석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린다는 오해 섞인 결론이 나오는 반면, 변수들 간의 문제를 재조정하고 난 (5) 계산에서는 거꾸로 온라인 강의를 열심히 듣는 학생들이 더 성취도가 높게 나왔다.
이는 실제 교육 경험과도 일치하는 것이, 동영상 강의를 1번만 듣는 것이 아니라 반복 수강을 하며 각종 자료를 계속 찾아보는 학생들일 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다. 특히, 구간 반복, 중간 멈춤이 동영상 재생 중 수십차례 있었던 학생들이 빠르게 건너뛰기 위주로 강의를 시청한 학생들대비 20% 이상 성적이 좋았다. 학생들 중 스터디 그룹을 한 사례, 스터디 그룹 동료 학생들의 평균 점수, 점수 분산, 학위 과정 입학 전 기초 학력 상황 등의 변수 효과를 제거하는 작업을 거칠 경우, 동영상 강의 수강 패턴은 단순히 5점, 10점 수준의 격차가 아니라 합격, 불합격을 결정지을만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온라인이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태도와 학교의 운영 차이 때문
실제 데이터와 각종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있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에 비해서 저평가 받아야 할 플랫폼 상의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학들이 온라인 교육 과정을 추가적인 돈벌이를 위한 평생교육원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고, 지난 수십년간 온라인 교육이 그렇게 가볍게 운영된 탓에 학생들이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고급 교육을 제공하고,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낙오하는 것이 당연한 형태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자 오프라인과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고, 학생 본인의 열정이 학업 성취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비대면 교육은 교수와 학생, 학생들 간의 유대감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학생들 개개인과 ‘눈 맞춤’을 못하는 만큼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예상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특히 한국인 학생들의 경우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질문마저 없는 경우에는 정말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보완 시스템으로는 주기적인 퀴즈, 과제 결과물에 대한 꼼꼼한 채점 등이 있을 것 같고, 온라인 강의가 라이브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학생들을 호명하며 질문을 던져보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