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령·여성·외국인 동원해도 노동력 공급 둔화 불가피”

연평균 34만 웃돌던 고령층 취업자수 2027년까지 최대 14만명으로 급감 예상 늙어가는 경제, 베이비붐 세대 모두 60대 진입 정년 연장 등 도입해도 노동력 부족 심화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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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선진국은 고령 인구가 크게 증가하며 전례 없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서도 노동인구 구성에 있어 흥미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되면서 55세 이상 고령층이 경제 활동에 계속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성별, 교육 수준, 산업 등의 요인이 노동력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령층의 노동력 참여가 모든 인구 통계에서 균일하지는 않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30일 ‘경제전망보고서 심층분석’에 실린 ‘노동 공급의 추세적 변화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통해 이러한 복잡한 패턴과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봤다.

고령층 경제활동 증가 추세

지난 10년간 고령층(55세 이상)의 노동력 참여율이 급증하면서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노동 공급 증가세가 유지됐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가 모든 고령층에게 균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고령층을 성별과 연령대별로, 65세 미만과 65세 이상으로 더 세분화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65세 미만 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 향상과 서비스업 일자리의 급증에 힘입어 노동력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65세 미만 남성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노동력 참여율 증가폭이 줄어드는 데다 심지어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요 직업을 위협하는 기술 발전에 취약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어 65세 이상의 경우 노인 일자리 정책 덕분에 남성과 여성 모두 노동력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 조강철 과장·이종하 조사역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고령층 일자리의 질이 열악한데도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층의 고용률 상승에는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사적 이전의 감소, 공적연금·자산소득 대비 생활비의 급격한 증가 등 경제적 요인, 배우자의 취업 증가(비슷한 시기 은퇴하려는 경향), 건강 상태 개선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고령층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이러한 다양한 노동력 참여 추세의 배경에는 개인 특성, 제도 및 정책 요인, 경제 구조 요인, 거시 경제 여건 등 다각적인 요인이 있다. 교육 수준, 소비 지출 요구, 비근로소득과 같은 개인적 특성은 고령층의 노동력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로 65세 미만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력 참여율 높아진 것을 들 수 있다.

제도적, 정책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금수급연령을 높이고 공적연금 지출비중(GDP 대비)을 줄이는 정책은 고령층의 노동력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국의 공적연금 지출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이것이 고령층의 노동력 참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경제구조 요인도 노동력 참여와 복합적인 관계를 보인다. 서비스 산업의 확장은 65세 미만 여성의 노동력 참여 증가를 뒷받침했지만, 자동화 및 로봇과 같은 기술 발전은 65세 미만 남성의 노동력 참여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트렌드는 전통적으로 기술 변화에 더 취약한 직종에 종사해 온 남성에게도 불균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편 놀랍게도 거시 경제 상황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거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노인 일자리 사업이 경기역행적인 모습인데 이는 고령층이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보건 및 사회복지, 공공행정과 같은 산업에 더 많이 종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망

노동시장 여건에 급격한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율의 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65세 미만 남성의 노동력 참여가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면 고령층, 특히 여성의 노동력 참여율은 건강 상태 개선과 교육 수준 향상으로 인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65세 미만 남성의 노동 참여율 감소를 보완하기에는 모자란 수준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총취업자 수 증가율은 연평균 7~14만 명으로 2010~2019년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정치는 고령자, 여성,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잠재적 고용 확대 정책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역시 완전히 시행되더라도 취업자 수는 연평균 25만~30만 명 증가에 그쳐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위의 결과를 고려할 때 노동 공급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생산성 및 인적 자본 축적과 같은 질적 측면도 고려한 경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인구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성장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또한 같은 연령대 내에서도 노동력 참여도가 다르기 때문에 성별, 연령, 교육 수준 등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와 무관한 직종에 종사하는 고령층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고용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통계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